제왕절개의 나라 한국… 산모 40% 수술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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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분만건수의 급증이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분만에서 제왕절개가 차지하는 비율이 1990년 18.1%에서 2001년 40.5%로 늘어났다는 것.

이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미국의 22.9%, 일본의 20%에 비해 두 배나 된다. 최근 열린 공청회를 계기로 제왕절개 급증의 배경과 대책을 살펴본다.

◇왜 늘었나

늦둥이 출산과 고령 산모의 증가, 사주날짜의 택일, 통증 없는 분만 선호 등이 있으나 가장 큰 요인은 의료사고에 대비한 의사들의 방어진료에 있다.

연세대 의대 산부인과 서경 교수는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뇌성마비 등 의료사고가 생기면 5억원에 가까운 배상을 해야 한다"며 "자연분만시 뇌성마비 확률이 1천분의 1로 드물지라도 제왕절개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조금만 이상해도 제왕절개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료수익 창출을 위해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유도하는 측면도 일부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이사는 "정부에서 정상분만을 독려하기 위해 정상분만 진료비는 제왕절개의 73%까지 상향 조정했고, 초산 제왕절개 후 둘째 아기를 자연분만으로 낳을 경우 3.3배나 높은 자연분만료가 책정됐지만 정상분만은 오히려 줄고 있다"며 "제왕절개 급증은 전적으로 뇌성마비 등 신생아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가

산모의 건강을 위해선 자연분만이 훨씬 이롭다. 90%의 산모에게 자연분만을 실시하고 있는 광주에덴병원 허정 원장은 "산모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이 제왕절개의 경우 자연분만보다 두세 배 이상 높다"고 강조했다.

일주일 가량 입원해야 하며, 배에 흉터도 남는다. 전신 마취를 해야 하며 분만 후 모유를 먹일 기회도 놓치게 되는 등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것.

불필요한 제왕절개의 남발은 건강보험 재정을 고갈시키기도 한다. 2001년에만 2천1백억원이 제왕절개 분만비로 쓰였다.

제왕절개는 아기의 머리가 크거나 산모 골반이 작은 경우 태아가 거꾸로 있거나 옆으로 누워 있는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선택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옳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분만의 5~15%를 제왕절개 적정 비율로 보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제왕절개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김상희 상임대표는 "제왕절개로 낳은 아기는 머리가 좋다거나 제왕절개를 하면 몸매와 성감(性感)이 좋아진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산모가 많다"고 지적했다. 과도하게 제왕절개를 부추기는 일부 병원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정지 평가실장은 "제왕절개 비율이 50%를 넘는 병원도 22.4%나 된다"고 말했다. 그 결과 공개와 진료비 삭감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의료분쟁조정법의 조속한 제정과 출산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

평촌 봄빛병원 김성수 원장은 "만의 하나 부작용이 있더라도 의사들이 안심하고 의학적 판단에 따라 제왕 절개 여부를 결정하고, 산모는 가능하면 자연분만으로 아기를 낳으려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통은 가족분만이나 무통분만.라마즈분만 등의 방법으로 어느 정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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