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업그레이드] 2. 간을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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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가 많은 12월은 간이 가장 괴로운 달이다. 연일 이어지는 음주로 회복할 틈을 주지 않고 간을 혹사시키기 때문.

술로 인한 간 질환자가 많기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서동진 교수는 "양주 한두 병을 해도 끄떡없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간이 속으로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침팬지에게 술을 과하게 먹이고 간조직 검사를 해보면 간세포가 파괴되는 것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하루 처리 가능한 알코올량

술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간 질환은 지방간.간염.간경변증. 이중 지방간은 술만 끊으면 정상으로 되돌아오나 간염.간경변증은 금주해도 회복하기 힘들고 때로는 생명을 잃는다.

한림대의대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상훈 교수는 "술 속의 알코올은 대부분 위.소장에서 흡수된 뒤 간에서 분해.처리된다"며 "다량의 술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간은 알코올을 처리하느라 녹초가 되고 끝내는 간 자체가 타격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정상 성인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 양은 1백60g 정도. 이는 양주 3백50㎖, 소주 2홉들이 2병, 맥주 4천㏄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러나 실제 간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알코올 양은 이보다 훨씬 적다. 남성은 하루 40~60g(소주 1~1.5홉, 양주 1백~1백50㎖, 맥주 1천~1천5백㏄)정도며, 여성은 이의 절반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비싼 술도 간에 해로워

알코올에 의한 간 손상 정도는 마신 알코올의 양.기간에 따라 결정되며 술 종류와는 무관하다. 비싼 고급 수입양주를 마시든 소주.막걸리를 마시든 간이 손상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여성과 만성 B형.C형 간염 환자는 알코올성 간질환에 취약하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습관적으로 음주하는 사람 대부분이 갖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는 "일부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전신 쇠약감.피로감.나른함.권태감.식욕부진.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호소하나 대부분은 거의 증상이 없다"며 "지방간 상태는 알코올성 간질환의 경고 신호이므로 이 시기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성 음주자의 10~35%가 알코올성 간염, 8~20%가 알코올성 간경변증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건강하게 마시는 법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적당히 마시는 것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 사람은 술을 끊는 것이 원칙이다.

술 마신 후에는 간이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음주는 주 2회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실 때 약을 함께 복용하거나 지방 음식을 먹으면 간이 보호되리라는 기대도 자위에 불과하다. 기름진 안주는 알코올의 흡수를 느리게 해 천천히 취하게 하는 효과는 있으나 결국 모두 흡수돼 간에 도달한다.

그러나 치즈.두부.고기.생선 등 고단백질 음식은 간세포의 재생을 높이고 알코올 대사 효소의 활성을 높이며 비타민을 보충해주므로 안주로 제격이다.

과음한 다음날 숙취를 푼다며 '해장술'을 마시는 것도 일시적인 효과를 줄 뿐이다. 아침에 새로 들어간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숙취유발물질)의 처리 과정을 잠시 막아 아세트알데히드로 인해 일어나는 불쾌감을 줄여주나 간에서 처리해야 할 알코올량이 늘어나므로 간의 부담이 가중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백승운교수는 "폭탄주나 콜라.사이다 등을 섞은 가스주는 흡수가 빨라 혈중 알코올농도를 급격히 상승시키고 빨리 취하게 하며 뇌에 독성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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