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신간] '모든 생물은 섹스를 한다'

중앙일보

입력

모든 생물은 섹스를 한다/올리비아 저드슨 지음, 이나경 옮김/홍익출판사, 9천원

절지동물에서 연체동물.포유류.영장류에 이르기까지 지상의 모든 생물은 한결같이 섹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내용이다.

이들의 고민은 놀랄 만큼 다양하다. 그 내용을 쪽편지의 형태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저는 트위기란 이름의 대벌레입니다. 제짝이랑 벌써 10주째 교미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넌더리가 날 지경인데 상대는 그만 둘 기미를 보이지 않아요. 저를 미칠듯 사랑해서 그런다지만 어떻게 하면 멈추게 할 수 있을까요?" -섹스에 지친 인도의 트위기.

"제 짝 암사자는 섹스광입니다. 나흘이고 닷새고 밤낮으로 30분에 한번 하고 싶어 합니다. 정력제 어디 없나요?"-아프리카 세렝게티 국립공원 사자.

이 책은 섹스 문제로 고민하는 다양한 생물들의 상담편지와, 생물 섹스 카운슬러인 티티아니 박사의 응답 형식으로 전개되는 '생물판 킨제이 보고서'다.

가시가 달린 페니스나 행위가 끝난 뒤 질에 마개를 만들며 막아버리는 정자는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하다. 동성애, 섹스 후 연인 먹어치우기 등 엽기 섹스에 눈이 휘둥그레질 법하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생물 진화의 필수 요소는 유전자의 다양성이다. 그것은 오로지 돌연변이와 섹스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 독특한 성행위 방식들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전략들간의 충돌과 절충의 산물이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그것은 한쪽이 새로운 전술과 무기를 개발하면 상대방이 곧바로 대응책을 개발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군비경쟁을 닮았다.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진화생물학의 새로운 정보와 추론들을 접하는 지적인 호기심 충족에 있다. 저자는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진화생물학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