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 '독약' 끊은 자유인들

중앙일보

입력

올해 초 직장인들 사이에 금연열풍이 세차게 불었다.

'못생겨서 죄송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에 많은 직장인이 독한 마음을 먹고 담배를 끊었다. 줄어들었던 담배 판매량은 월드컵 열기로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담배, 그거 독약입니다'라며 금연 전도사로 나섰던 李씨의 사망을 계기로 금연 열풍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직장인들의 금연 열풍이 어디까지 왔는지 진단해 본다.

◇다양한 금연 이유

아시아나항공 김영식(34)대리는 지난 4월 '귀찮아서' 담배를 끊었다. 서울 신문로 금호그룹 빌딩이 금연빌딩이라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했기 때문이다.

金대리는 "하루에 10여차례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밖으로 나가 죄지은 사람처럼 담배를 피우는 나 자신이 싫었다"면서 "14년 동안 피웠던 담배를 끊고 나니 입냄새도 없어지고, 온 몸이 청결해져 좋다"고 말했다.

포스코 석도강판팀 문광국(39)과장은 지난 7월 담배를 끊었다. 종합건강 진단을 받고 난 뒤 결심했다. 그는 "건강 관리는 물론 고객과 만날 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끊었다"고 말했다.

효성 이정원(36)차장은 몸무게를 늘리기 위해 10월 초 담배를 끊었다. 키는 1m78㎝인데 몸무게는 60㎏밖에 안나가기 때문이다. 그는 "몸이 너무 말라 주변에서 건강을 걱정하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면서 "담배를 끊으면 살이 찐다는 소리에 금연했다"고 말했다.

두산 이계하(46)부장은 지난 7월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건물이 금연 빌딩으로 지정되고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숨지자 담배를 끊었다.

이부장은 "20년 동안 함께 살아온 담배와 이별하니 섭섭하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이 깨끗해 좋다"고 말했다.

◇끊는 방법도 가지가지

중소기업 사장인 김찬우씨(40)는 피부에 붙이는 패치를 이용해 금연했다. 그는 "고교 때부터 피웠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소량의 니코틴을 피부로 스며들게 해 금단 증상을 줄이는 패치를 많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증권사에 다니는 이민재씨(36)는 금연침을 사용했다. 그는 "일주일에 두번씩 6주간 한의원에서 금연침을 맞고는 금단 증세 없이 담배를 끊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신현경씨(42)는 금연 껌을 활용했다. 그는 "그동안 세차례나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웠다"면서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껌을 씹었더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의지력 하나로 끊은 경우도 많다.

벤처기업 임원인 이희춘씨(41)는 담배를 일부러 집과 직장의 활동공간 주변에 두면서 의지력으로 끊었다. 그는 "담배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더 찾게 되는 성향이 있어 주변에 담배를 늘어놓고 의지력을 시험했다"면서 "영원히 담배를 피우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꼭 끊어야지

LG전자 박모(41)부장은 연초에 4개월간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웠다. 그는 "월드컵 열기에 휘말려 담배를 다시 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 망년회 때까지만 피우고 2003년에는 꼭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인 O사 김모(38)이사는 지난 8월 부친상을 당한 뒤 다시 담배를 물었다. 그는 "장례를 치르면서 집안에 복잡한 일이 많아 4년 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됐다"면서 "곧 끊을 생각이지만 고객들과의 회식이 잦아 결행 날짜를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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