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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청부사가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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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C 4번 타자 양의지가 KS 5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NC 4번 타자 양의지가 KS 5차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터뜨리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1승 남았다. ‘우승 청부사’ 양의지(34)를 앞세운 NC 다이노스가 창단 첫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우승을 눈앞에 뒀다. 2년 전 포수 한 명에게 125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한 NC에 결실의 계절이 찾아왔다.

NC 5-0 두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6회 말 2점 쐐기포, 승리 이끌어 #4번 타자·주전 포수·주장까지 소화 #NC, 1승만 더하면 사상 첫 KS 제패

NC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S 5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5-0으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3승 2패. 역대 KS에서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서다 3승을 선점한 팀이 우승할 확률은 81.8%(11차례 중 9회)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NC는 남은 2경기에서 1승을 추가하면 정규시즌과 KS 통합 우승을 확정한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두산은 6년 연속 밟은 KS에서 벼랑 끝에 몰렸다.

승리의 선봉장은 NC 전력의 핵 양의지였다. 그는 이번 KS에서 4번 타자, 주전 포수 그리고 주장을 맡고 있다. 한 가지만 제대로 수행하기도 쉽지 않은 역할들이지만, 그는 모두 다 잘 해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 값진 한 방을 터트렸다. NC가 1-0으로 간신히 앞선 6회 말 1사 1루. 양의지는 올가을 최고 투수로 꼽힌 두산 크리스 플렉센과 마주 섰다. 1B-2S로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5구째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플렉센의 커브(시속 125m)를 힘껏 퍼 올렸다. 타구는 고척돔 외야를 반으로 가르며 날아가 가운뎃 담장을 넘어갔다. 팀에 3점 차 리드를 안기는 쐐기포. 경기 중반까지 팽팽하게 싸우던 두산은 이 홈런을 기점으로 힘을 잃었다. 7회 말 2점을 추가로 내주며 무너졌다.

NC는 ‘우승을 위해’ 양의지를 영입했다. 2018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그에게 4년 총액 125억원을 안겼다. 역대 포수 FA 최고액. 엄청난 거액이지만, 양의지의 꾸준한 활약에 팬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체력 소모가 큰 포수로 뛰면서 연일 결정적인 장타도 때려냈다. NC 팬들은 “창단 후 가장 잘한 게 양의지를 잡은 일”이라 입을 모은다. 이동욱 NC 감독은 “양의지가 들어온 뒤 투타의 짜임새가 달라졌다. 좋은 선수가 팀에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고 극찬했다.

2018년 NC는 창단 첫 최하위 수모를 당했다. 양의지가 가세한 지난해, 곧장 5강에 복귀했다. 올해는 1군 진입 7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섰다. 이제 딱 한 번만 더 이기면 KS 우승이라는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KS 5차전(23일·고척)

KS 5차전(23일·고척)

양의지는 “플렉센이 올해 가을야구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여서 무너뜨리고 싶었다. 홈런을 치고 나서 흥분했다. 6차전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전력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KS 우승팀이 결정될 수도 있는 6차전은 24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NC 선발은 드류 루친스키, 두산 선발은 라울 알칸타라다.

7이닝 무실점 승리의 노래

구창모

구창모

핫 플레이어 NC 구창모  

NC 다이노스 좌완 구창모(23)가 KS 5차전에서 올시즌 열 번째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구창모는 전반기 최고 투수였다. 13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55(1위)를 기록했다. NC가 정규시즌 1위를 달린 데는 구창모의 공이 컸다. 하지만 왼팔 통증 때문에 7월 26일 KT 위즈전 이후 3개월간 등판하지 못했다. 정규시즌 막바지 두 차례 마운드에 올랐지만 10승 달성에 실패했다. KS 전망도 밝지 않았다.

기우였다. 구창모는 KS 2차전에서 패전투수가 되긴 했어도 6이닝 3실점(2자책점)으로 선방했다. 5차전에선 더 강해졌다. 7이닝 피안타 5개, 볼넷 2개 무실점. 최고 시속 146㎞ 빠른 공과 슬라이더 조합으로 두산 타자들을 요리하면서 데일리 MVP로 선정됐다. 생애 첫 KS 승리로 NC를 첫 우승 문턱으로 인도했다.

다시 고개 숙인 4번 타자

김재환

김재환

콜드 플레이어 두산 김재환  

두산 4번 타자 김재환(32)의 방망이는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

KS 4차전까지 김재환의 타격 기록은 16타수 1안타, 볼넷 1개, 삼진 6개, 병살타 2개였다. 포스트시즌 들어 타순을 자주 바꾸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환을 5차전에서도 4번으로 기용했다. 그만큼 장타력과 존재감을 겸비한 타자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김재환은 침묵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2회, 초구에 방망이를 댔으나 볼은 힘없이 굴렀다. 유격수와 2루수 사이에서 수비하던 NC 3루수 박석민이 잡아 1루로 뿌려 아웃시켰다. 3회엔 2사 1·2루 찬스에서도 1루 땅볼로 물러나 선제점 기회를 놓쳤다. 6회 역시 수비 시프트를 펼친 박석민에게로 향하는 땅볼에 그쳤다. 9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1루수 땅볼. KS 타율은 5푼까지 떨어졌다.

배영은·김효경·박소영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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