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환자, '정자 세탁'으로 건강한 아들 낳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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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출산은 대부분 사람들에게 있어 인생의 가장 경이로운 기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올해로 두 살이 된 토비의 출생 이면에는 모호하지만 발전하고 있는 정자 세탁이라는 의학적 과정에 의해 가능해진 기적이 숨겨져 있다.

그의 아버지는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에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금발의 건강한 아들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음성 반응을 나타냈다.

콜럼비아 대학 산부인과의 마크 사우어 박사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정액에서 완전하게, 그것이 안되다면 많은 부분이라도 감염이 안된 정자를 분리해내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4백 명의 실험 대상 정자 가운데 단지 3명만이 이 과정에 동의했다. 많은 사람들은 환자가 HIV 양성 반응 정자가 나타남으로써 놀라게 될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우연한 감염을 염려하며 치명적 질병을 앓고 환자가 아기를 갖는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토비의 어머니인 샐리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녀를 갖도록 많은 조처들이 취해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은 암 치료를 받기 전에 치료가 정자에 위험을 가할 것에 대비하여 정자를 보관하도록 주위의 권유를 받는다. 왜 에이즈 환자의 경우에는 달라져야 하는가?"라고 반문한다.

비록 의학 기술이 토비의 아버지로 하여금 건강한 새 생명을 낳을 수 있게 만들었지만 그를 에이즈로부터 살려내지는 못한다.

샐리는 그가 죽기 전날 밤 "우리는 올해 아이를 가지게 돼, 올해는 좀 더 행복하겠지"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샐리는 "단지 그말을 마지막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덧붙였다.

미국 외 나라에서는 거의 3천 명의 아이들이 이와 같은 시술로 태어난다. 태어난 아이 뿐 아니라 아이를 출산한 어머니 누구도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

치명적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새로 태어난 그들의 아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오래 살수 없다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의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이런 시술을 행하고 있다.

사우어 박사는 "환자들은 그들이 가고 있는 인생의 길을 알고 있다. 비록 그것이 남보다 짧다 해도 그들은 완전한 세상살이를 원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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