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입법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3%룰’ 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앞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업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담았다. 정부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또 감사위원은 원천적으로 다른 이사진과 분리해서 뽑도록 하는 ‘분리 선출제’도 도입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3%룰’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임을 강제하며 대주주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하는 건 주주권의 본질에 반한다”며 “주식평등의 원칙, 1주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취지를 밝혔지만, 대법원이 ‘주주의 권리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한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이사 선임 시 소수주주의 의사를 반영해 대주주 독주를 견제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배진교·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집중 투표제 의무화’ 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행정처는 “투명성 제고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입법례가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유럽 국가들과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용진 의원 등이 발의한 ‘전자투표 의무화’ 제도에 대해서도 “전자투표가 불필요한 소규모 회사에도 강제하는 불합리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 역량을 높이겠다며 국민의힘 권성동·추경호·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포이즌 필(poison pill·신주 인수 선택권)’ 도입 법안에 대해서는“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적대적 M&A(인수·합병)의 역기능 억제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적대적 M&A는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진 해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등 순기능도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포이즌 필’은 비상시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 지분을 매수할 수 있게 해 적대적 M&A 세력의 지분을 일시에 희석시키는 제도다. 정부는 포이즌 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