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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주주 '3%룰'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 "신중 검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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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부·여당이 입법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의 ‘3%룰’ 조항에 대해 대법원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무부는 앞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기업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을 담았다. 정부가 발의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또  감사위원은 원천적으로 다른 이사진과 분리해서 뽑도록 하는 ‘분리 선출제’도 도입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상법 개정안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3%룰’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임을 강제하며 대주주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하는 건 주주권의 본질에 반한다”며 “주식평등의 원칙, 1주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취지를 밝혔지만, 대법원이 ‘주주의 권리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한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이사 선임 시 소수주주의 의사를 반영해 대주주 독주를 견제하겠다며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배진교·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집중 투표제 의무화’ 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법원행정처는 “투명성 제고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입법례가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극소수에 불과하고 유럽 국가들과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박용진 의원 등이 발의한 ‘전자투표 의무화’ 제도에 대해서도 “전자투표가 불필요한 소규모 회사에도 강제하는 불합리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경영권 방어 역량을 높이겠다며 국민의힘 권성동·추경호·김용판 의원이 발의한 ‘포이즌 필(poison pill·신주 인수 선택권)’ 도입 법안에 대해서는“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법원행정처는 “적대적 M&A(인수·합병)의 역기능 억제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적대적 M&A는 무능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진 해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등 순기능도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포이즌 필’은 비상시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 지분을 매수할 수 있게 해 적대적 M&A 세력의 지분을 일시에 희석시키는 제도다. 정부는 포이즌 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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