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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동남권 신공항, 기어코 다시 하려면 원점에서 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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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이 부산 가덕도신공항을 강력히 밀어붙이기로 했다. “이달 안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 그제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한 직후다. 여당은 경제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고 가덕도신공항을 조기 착공하겠다고 하고 있다.

김해·밀양보다 평가 뒤졌던 가덕도 #원칙·절차 무시하고 강행해선 곤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검증위는 박근혜 정부가 결정했던 김해신공항의 타당성을 분석했을 뿐, 가덕도는 전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당은 면허라도 얻은 것처럼 가덕도신공항을 추진하는 것이다. 가덕도는 4년 전 동남권 관문공항 평가에서 김해와 경남 밀양에 밀려 3위를 했다. 무엇보다 경제성이 문제였다. 바다를 메워야 해 건설 비용이 김해신공항(4조7300억원)보다 4조~6조원 더 들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에 검증위가 주로 들여다본 안전성·환경, 시설 운영 및 수요 관련 항목도 가덕도가 열세였다. 태풍이 지나는 길목이라 자연재해 위험이 꼴찌였고, 생태계 영향 역시 최악이었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미래에 활주로 추가 수요가 있어도 확장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용량 확장성’마저 가덕도가 최하위다. 이는 공항 전문 컨설팅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평가였다. 검증위가 김해와 같은 기준으로 가덕도를 점검했더라면 불합격 판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한 검증위 결론을 놓고도 내부 잡음이 나오고 있다. 참여 위원들이 언론을 통해 “정부에 이용당했다” “들러리 섰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가 백지화를 결정해 놓고 자신들을 짜맞추기에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계획을 보완해 김해신공항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내렸는데, 최종 발표가 다르다”고 의혹을 제기한 위원도 있다.

그러나 여당은 잡음과 의혹에 귀를 닫고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채 특별법을 만들어 ‘묻지마’ 식으로 가덕도에 신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절대 다수당의 힘을 이용한 입법 횡포, 의회 독재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고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성추행으로 잃어버린 부산시장 자리를 세금을 쏟아부어 되찾겠다고 하는 셈이다.

검증위의 검토 과정에 대해 내부 의혹이 제기된 김해신공항은 재검증해야 마땅하다. 동남권 관문공항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후보지를 새로 정하고, 입지의 적정성과 경제성을 면밀히 비교·검토해야 절차적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정치공학적으로 표만 생각해 가덕도를 밀어붙였다가 엄청난 재정을 낭비하는 결과만 낳을까 두렵다. 그러잖아도 빚투성이인 나라 살림을 더 큰 빚더미 위에 얹어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