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량 확보도 못했는데 "北과 백신 나누자"는 이인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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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확보될 경우 북한과 나누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장관의 이런 언급은 정부가 95%의 면역 효과를 지녔다고 알려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와 부정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장관은 18일 오후 KBS와 인터뷰에서 남북간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치료제와 백신으로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북으로서는 방역 체계로 인해 경제적 희생을 감수했던 부분들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족할 때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진짜로 나누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국민도 못 맞을 상황인데 북한에 퍼줄 생각부터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확보한 물량은 아직 목표치인 3000만명분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7억회분, EU 3억회분, 일본 1억7000만회분 등 주요국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을 사전 구입했다. 일본의 경우 임상 3상에 들어간 백신을 최근 넉 달 동안 3억병 이상 입도선매했다. 때문에 한국은 '백신 전쟁'에서 완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장관은 또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더 진정되면 정식으로 북한에 대화를 제안할 생각도 있다"며 "어떤 장소·시간도 좋으니 북이 응하기만 한다면 최상의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위급 회담이나 특사 파견 등 여부와 관련해 '대통령의 판단 영역'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남북 간 협력의 물꼬를 트자는 제안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맞춰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런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에는 거친 접근보다는 유연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미사일이나 핵을 가지고 긴장을 통해서 접근하는 방식보다는 식탁 위에 냉면을 차려놓고 유연하게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는 것이 더 합리적 접근"이라고 제안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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