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할 기회"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시 간부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특강을 한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장관은 오는 20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서울시 고위 간부 30여명에게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을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여가부에서 먼저 특강 요청이 들어왔고, 조직 내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기 때문에 특강을 진행하게 됐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박원순·오거돈 두 전직 시장의 성범죄로 838억 원의 선거 비용이 들어가는데, 여성 또는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라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집단 학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박 전 시장과 오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 단체들은 연이어 성명을 내며 이 장관의 발언을 강하게 규탄했다. 오거돈 성추행 사건의 피해 여성은 오거돈 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오거돈 사건이 집단 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 교재냐"라며 "영상을 보고 너무 충격받고 역겨워서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기까지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피해자를 학습 교재로 취급하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사퇴하라”는 성명을 냈다. 한국여성의전화 등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도 “학습이 필요한 것은 여성가족부 장관이고 학습하지 않은 것은 정부 여당”이라고 지적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이 장관은 지난 7일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피해자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희롱·성폭력 사건 피해자분들께 당초 저의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상처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