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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학습기회"라던 이정옥 "의도와 관계없이 상처…송구"

중앙일보

입력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의혹으로 치러지게 된 서울시·부산시 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학습 기회'라고 발언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6일 사과했다.

이 장관은 이날 여성폭력방지위원회 모두발언에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중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피해자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희롱·성폭력 사건 피해자분들께 당초 저의 의도와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상처를 드리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여가부는 여성의 권익 증진과 성폭력 방지를 추진함에 있어 항상 피해자 중심주의하에 피해자를 최우선으로 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앞으로 피해자들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에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으로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사건 처리 실효성 강화 ▶조직문화 개선 ▶고위직 대상 성인지 인식 제고 등이 상정돼 심의된다.

이 장관은 "그간 관계 부처 협의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내용으로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보완할 점 등을 말씀해 주시면 세부 이행방안 수립 시 반영해 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 5일 이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나와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건을 통해 역으로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기회가 된다"고 말해 논란을 샀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838억원(보궐선거 비용)이 학습비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이 장관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저희가 국가를 위해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이 재차 "그걸 여가부 장관이 정부를 대변해서 할 대답이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을 피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자 오 전 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는 부산 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집단학습 기회라니, 그럼 나는 학습교재냐. 내가 어떻게 사는지 티끌만 한 관심이라도 있다면 저따위 말은 절대 못한다"는 입장을 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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