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해외정보 품앗이 ‘쇼그렌 증후군 환우회’

중앙일보

입력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최신 의학정보와 동병상련을 나누며 나아가 환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제도까지 바꿀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일까.

'쇼그렌 증후군 환우회'는 희귀 질환자들에게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쇼그렌 증후군은 1933년 스웨덴 의사가 발견해 명명한 류머티스성 면역질환.

침과 눈물이 나오지 않아 국이 없으면 밥을 삼키지 못하고 수시로 인공 누액(淚液)을 넣어줘야 하는 특이한 증상을 보인다. 여기에 팔과 다리의 힘이 빠지며 관절이 쑤시고 아프면 쇼그렌 증후군일 가능성이 크다.

쇼그렌 증후군 환우회는 2000년 8월 아내를 환자로 둔 최경석(35.인천시 십정동)씨가 자신의 사연을 소개한 인터넷 홈페이지(http://sjogren.dreamwiz.com)를 만들면서 태동했다.

"아내를 간호하는 과정에서 제가 터득한 노하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의학 교과서는 물론 외국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번역해 올렸지요."

그의 아내는 97년 3월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얼굴에 갑자기 홍반이 생기고 목의 림프선이 붓기 시작했다. 5개월 동안 병원을 헤메다 겨우 K대병원에서 쇼그렌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최씨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50여명의 환자들이 모였고 환우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소식지를 만들어 다섯 차례나 돌리기도 했다.

9월 14일 중앙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두번째 환자모임에선 이 질환의 전문가인 한양대병원 류머티스내과 배상철 교수가 최신 치료법에 대해 강의했다. 배 교수는 "쇼그렌 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심장과 폐로 진행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에서 정보를 얻기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의대 대니얼 맥콜리프 교수로부터 피부관리 요령을, UCLA의대 피셔 교수로부터 폐 합병증의 예방에 대한 논문을 받아 번역해 소식지에 실었다. 뉴질랜드에서 개발된 구강 보습제에 대한 정보도 소개했다. 준전문가에 가까운 실력을 갖춘 환우회장 최경석씨의 노력 덕분이다.

이들의 목표는 희귀 질환자에게 불리하게 되어있는 의료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최씨의 아내 서석순씨는 "건강보험 적용이 1년에 3백65일로 제한돼 있어 5~6개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 처방 일수가 많은 쇼그렌 증후군 환자들에겐 매우 불리하다"고 지적했다. 3백65일을 초과한 처방 약품에 대해선 본인부담금을 내야하므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신약이나 치아 스케일링의 건보 적용 제외도 문제다. 최경석씨는 "관절염과 구강 건조증으로 인한 치주염 때문에 쇼그렌 증후군 환자에겐 속쓰림 부작용이 적은 신약과 치아 스케일링의 보험 적용이 필수적"이라며 "관철될 때까지 보건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권리 찾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열악한 건보 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희귀 질환자에게까지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복지국가에 걸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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