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금기 깼다…임원 승진 넷 중 하나는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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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골드만삭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골드만삭스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새로 떠오른 ‘별’의 숫자는 줄었지만 종류는 다양해졌다.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지난 12일 실시한 임원 인사의 결과다. 이번 인사에서 ‘월가의 별’로 불리는 파트너로 승진한 인원은 60명이었다. 골드만삭스가 1999년 증시에 상장한 이후 최소 규모다.

흑인·아시아계 인재도 적극 발탁 #‘고급 양복 백인 남성’ 중심 탈피

성별·인종별 다양성은 확대됐다. 임원 승진자 중 여성은 16명으로 27%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 창사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흑인과 아시아계는 각각 17%를 차지했다. 중남미계(히스패닉)는 5%였다. ‘고급 양복을 입은 백인 남성’의 전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다. 2018년 취임한 데이비드 솔로몬(58) 최고경영자(CEO)의 혁신 의지가 담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인 남성 파트너들 사이에선 ‘좋은 시절 다 갔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솔로몬 CEO는 “골드만삭스를 강하게 하는 기업 문화는 파트너에게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그는 백인 남성이지만 여성과 다양한 인종의 인재 등용에 공을 들여왔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선 “다양성을 가진 이사회 후보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지 않은 기업의 증시 상장은 돕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백인 남성 중심의 기업 이사회 문화를 비판한 것이다. 솔로몬 CEO는 골드만삭스의 보수적인 복장 규정을 바꿔 복장 자율화를 도입하기도 했다. 자유분방한 성향의 그는 ‘DJ 솔’이란 예명으로 전자음악(EDM)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서 파트너로 승진하면 기본 연봉 95만 달러(약 10억원)에 각종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임직원(3만8000명) 중 파트너는 440여 명에 그친다. 임직원의 1.1%만 파트너 명함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파트너 승진자는 직군도 다양했다. FT는 “디지털 뱅킹 등 새로운 도전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골드만삭스의 파트너에겐 약 8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하지만 중도 하차하는 남성 임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FT는 “2016년에 파트너가 된 84명 중 중도에 물러난 인원은 12명”이라며 “남성은 65명 중 10명이고 여성은 19명 중 2명”이라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파트너였다가 퇴직한 한 남성은 FT에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다 보면 한순간 ‘더 재미있는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내려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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