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관리 건강보험 적용해야"…세계적 비만 전문가 커슈너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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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외모의 문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

'인류는 똥배가 나온 비만족이란 새로운 인종의 출현을 목격하고 있다'. (영국BBC)

비만은 21세기 보건의료의 최대 화두다. 한국 성인 4명 중 1명도 의학적으로 비만에 속할 정도.

최근 강연차 내한한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 로버트 커슈너(49.사진)교수는 비만 퇴치를 위해 비방(秘方)보다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1984년부터 97년까지 시카고대학병원 비만 클리닉을 운영했으며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비만관련 베스트 닥터로 선정되기도 한 세계적인 비만 전문가.

"한국과 일본.홍콩 등 아시아 국가에서 중국산 다이어트 제품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체에 치명적인 약물인 펜플루라민이 악의적으로 첨가된 탓이지요."

그는 어떤 방법이든 단기간 살을 빼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광고에 소개되는 숱하게 많은 비방도 일시적 효과는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부작용이 있으며 수개월 내 원래 체중대로 돌아간다고 역설했다. 지금까지 명멸해간 숱하게 많은 다이어트법이 증거란 것이다. 침이나 약초, 관장(灌腸)등 비만 관련 대체의료도 한때 미국에서 일시적으로 유행했으나 효과가 확실치 않아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진료를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통과된 치료제는 식욕 억제제 리덕틸과 지방흡수 차단제 제니칼뿐이란 것이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에 대한 일침도 빼놓지 않았다.

"배에 아미노필린 주사를 놓는다거나 교감신경 흥분제인 에페드린, 신진대사를 억지로 높이는 갑상선호르몬, 소변으로 체중을 빼는 이뇨제 등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이들은 모두 검증이 안됐을 뿐더러 몸에 해로울 수 있는 약물들이지요."

그는 상업적 목적으로 환자에게 영합하기 위해 하루 수십알씩 몸에 부담이 되는 치료제들을 처방하기도 하는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비만치료의 원칙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해야 하는지 교육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제니칼과 리덕틸 등을 처방해야 한다는 것.

이 점에서 그는 한국도 호주나 영국처럼 의사들의 비만 관련 상담과 교육을 건강보험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을 방치하면 당뇨와 심장병.뇌졸중이 생기고 이로 인해 천문학적 치료비가 들어가므로 미리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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