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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낮은 농도 초미세먼지 노출돼도 코로나 잘 걸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5일 마스크를 쓴 보행자들이 미국 뉴욕 퀸즈 자치구의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 마스크를 쓴 보행자들이 미국 뉴욕 퀸즈 자치구의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초미세먼지(PM2.5) 등 대기오염이 증가할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빠르고 치명률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기환경 기준을 충족할 정도로 낮은 농도에서도 초미세먼지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환경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지난 13일 '종합 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장기간 대기 오염에 노출된 인구는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00~2017년의 미국의 대기오염 데이터와 지난 3월 2일부터 4월 30일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데이터를 비교 분석했다.

초미세먼지 1㎍/㎥ 상승하면 재생산지수 0.25 상승

마스크를 착용한 뉴욕 시민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한 뉴욕 시민들의 모습. AP=연합뉴스

미국 주별 코로나19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Ro)와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2000~2017년 평균) 분포 비교.자료: 미 센트루이스 워싱턴대학.

미국 주별 코로나19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Ro)와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2000~2017년 평균) 분포 비교.자료: 미 센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우선 대기 중 초미세먼지에 대한 장기 노출과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나타내는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Ro)'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Ro는 감염 사례가 없는 지역에서 감염자 1명이 평균 몇 명에게 병을 옮기느냐를 나타내는 수치다.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 장기 노출 농도가 ㎥당 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미만에서는 초미세먼지 노출 농도가 1㎍/㎥ 상승할 때마다 Ro는 0.25가 증가했다.
다만, 장기 노출 농도가 6㎍/㎥ 이상이 되면, Ro값 상승이 둔화했다.

미국의 초미세먼지 연간 대기 환경기준치는 15㎍/㎥인데, 기준치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환경기준치도 15㎍/㎥이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역 오염도는 20㎍/㎥를 웃돌고 있다.

무기물 성분 비율 증가해도 전파 빨라

지난 9월 미국 뉴욕 브롱스 자치구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9월 미국 뉴욕 브롱스 자치구에서 등교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초미세먼지 농도(a)와 초미세먼지 중 황-질산-암모늄 성분 비율(b)와 코로나19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Ro)와의 상관 관계. 자료: 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초미세먼지 농도(a)와 초미세먼지 중 황-질산-암모늄 성분 비율(b)와 코로나19 기초 감염 재생산지수(Ro)와의 상관 관계. 자료: 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

이와 함께 초미세먼지 성분 중에서 무기물인 황산-질산-암모늄(SNA) 비율이 10% 증가하면 재생산지수는 0.22 상승했다.

하지만, 대기오염이 영향을 준다는 이 같은 분석 결과가 단순히 도시화와 인구밀도 탓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루이지애나와 앨라배마를 비교했다. 루이지애나는 앨라배마보다 Ro값이 20.7% 높았다.
연구팀은 "이 두 지역은 인구밀도 차이는 1.04%였지만, SNA 비율은 루이지애나가 5% 더 높았다"며 "SNA 비율과  Ro 사이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블랙카본(검댕)이 있을 때는 초미세먼지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면서 "블랙카본을 배출하는 자동차와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오염 농도가 환경기준 아래일 경우에 대해서도 오염의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환경기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 상승하면 치명률은 11% 증가

초미세먼지 농도(A)와 인구 100만 명 당 코로나19 사망률(B) 비교. 자료: 하버드대 T.H.찬 공중보건대학원

초미세먼지 농도(A)와 인구 100만 명 당 코로나19 사망률(B) 비교. 자료: 하버드대 T.H.찬 공중보건대학원

미국 하버드 대학 T.H.찬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에 게재한 논문에서 미국 내 각 카운티의 초미세먼지 장기 노출 농도와 코로나19 사망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초미세먼지 장기노출 농도가 1㎍/㎥ 상승하면, 인구 100만 명당 사망률이 11% 상승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수용체인 허파꽈리의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ACE-2)가 과발현돼 숙주의 방어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고, 사망을 포함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의 상관성으로 볼 때 대유행이 진행되는 동안 초미세먼지를 포함한 미국 대기 질 기준 개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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