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약은 10년 내다본 투자" 양흥준 LG생명과학 초대 사장

중앙일보

입력

"신약 개발은 당장 낼 수 있는 당기순이익을 고려하면 투자가 불가능한 사업입니다. 10년을 내다보고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회계원칙도 일반기업과는 크게 다릅니다."

이달 초 바이오 전문기업으로 출범한 LG생명과학 양흥준(57.사진) 사장은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다.

신약은 연구를 시작해 상용화할 때까지 10년~15년 걸린다. 선진국에서도 수천억원을 투자해 50년 동안 개발했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경우도 있다.

楊사장은 연구원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LG그룹에서는 드문 사례다. 그런 만큼 신약개발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1천7백억원)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6백억원)나 된다. 대기업 계열사 중 높은 수준이다. 연구원만도 3백40명이나 된다.

요즘에는 신약 개발에 앞서가는 파이저.글락소스미스클라인 두 회사를 벤치마킹하느라 여념이 없다.

15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해 가까스로 상용화에 근접한 퀴놀론계 항생제 팩티브를 연말께는 국내에서 시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시판 승인을 신청했다. 연말이면 가부가 결정된다.

이 항생제는 지난해부터 2년간 뉴질랜드에서 1천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3차 임상실험에서 만족할 만한 답을 얻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다음달 시판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결과는 내년 3월께 나온다고 한다.

楊사장은 국내에 불었던 바이오 벤처 바람에 대해 비판적이다. 미국 바이오 벤처는 30여년간 1천4백개가 생긴 반면 우리나라는 2년만에 7백개나 설립됐다는 것.

기반 기술도 없이 코스닥 시장만 바라보고 만들어진 껍데기 벤처가 많다고 꼬집었다.

최근 대학입시에서 이공계를 기피하는 현상에 대해서는 "한국만 바라보면서 이공계를 공부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과학의 발전이 인류 전체의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생각을 가지면 미국.유럽에도 좋은 직장이 많이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8년 LG화학에 입사했으며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법인설립일:2002년 8월 1일
회사 전신:1983년 LG화학내 유전공학연구소로 출발
자본금:4백86억원
연간 R&D투자액:6백억원
전체 종업원 수:1천명
연구개발 인력:연구원 3백40명(해외박사 65명 포함, 박사 90명)
올해 예상매출액:1천7백억원
개발 중인 품목:항암제.항감염제.비만치료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