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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통기각 굴욕 당한 이성윤...尹부인 회사 과세자료 뒤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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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왼쪽)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뉴스1

검찰이 11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과세자료를 확보하며 '전시회 협찬'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이를 두고 검찰 일각에서는 "별건 수사, 표적 수사"라는 격한 반응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정용환 부장)는 이날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해당 전시기획사의 과세자료를 세무당국으로부터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전부 기각되자 과세자료 등 기초자료부터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해석된다. 수사팀은 최근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전시회에 협찬한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다가 통째로 기각됐다. 법원은 "주요 증거들에 대한 임의제출 가능성이 있고, 영장 집행 시 법익 침해가 중대하다"는 사유를 적시했다고 한다.

"표적 수사" vs. "일반적 기업 수사 방식"

검찰 내에서는 국세청의 고발 없이 코바나컨텐츠의 과세자료를 확보한 점에 대해 "별건 수사, 표적 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진보 성향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연대가 지난 9월 윤 총장과 김씨를 특가법상 뇌물수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가 2019년 6월 전시회를 개최할 당시 대기업 협찬이 4곳이었다가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시점에 16곳으로 늘어난 것은 암묵적 청탁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고발장에는 탈세에 대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의 한 간부는 "탈세 고발 없이 과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별건이고 표적 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기업 수사를 할 때 과세자료는 회계자료와 계좌와 함께 참고할 수 있는 자료"라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탈세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지적은 이상한 논리"라고 반박했다.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뉴스1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뉴스1

"통기각 만회용 영장 청구" vs. "사안마다 달라" 

중앙지검이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고 공지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법원의 사무실 압수수색 통기각 결정에 '성급한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영장 청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 이후 급하게 영장을 청구해 발부받은 것"이라며 "세무당국에 임의제출 협조 의사를 먼저 물어본 후에 법원에 영장을 발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과 국가기관을 상대로 한 영장 청구는 혐의 소명의 수준이 전혀 다르다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국가기관의 범죄 혐의를 밝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업무 협조 차원에서 영장 발부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의미다. 세무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세기본법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등 일부 조건에 의해서만 과세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에서 필요한 과세자료가 있으면 협조 요청이 먼저 오는 경우가 80~90%이고, 이후 영장을 발부받아 온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수사팀이 영장 통기각으로 망신 당한 것이 이번 영장 발부로 만회됐다는 듯 공지했다"며 "법원이 엄격히 심사하는 영장과 기계적으로 발부하는 영장의 차이를 무시하고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며 "해당 자료가 필요한 이유가 소명돼 발부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현관에 검찰 로고.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현관에 검찰 로고. 연합뉴스

중앙지검은 "이번 수사가 정치 수사"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았다. 중앙지검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됐고 형사 고발된 사안에 대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관련 사실관계를 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전 수사의 보복 차원에서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임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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