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내 세균 공기전염, 병원 측에 예방 책임"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병원감염관리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미국인 제이 서머스박사(63.사진)박사는 "병원내 감염환자의 약 70%가 항생제를 써도 듣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의료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말문을 연다.

그는 현재 미국 수술실 감염관리학회와 국제전염병학회 위원 등 7개의 국내외 학회에서 활동하는 병원감염 전문가.

그는 의료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조차도 병원감염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연간 1천8백여건의 병원감염이 발생, 연 10만명이 목숨을 잃고, 이로 인한 손실액도 45억달러에 이른다는 것.

구체적으로 보면 폐렴 3만4천여명, 혈액감염 2만5천여명, 수술감염 1만1천여명, 요로감염 9천여명 순이다.

"접촉성 감염은 손을 씻어 대부분 예방할 수 있지만 혈액으로 전파되는 에이즈나 크기가 5㎛ 이하인 미생물, 그리고 먼지를 통해 공기로 전염되는 병원균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올해도 수술실 컴퓨터 안에 쌓인 먼지에 기생하던 세균 때문에 1백여명의 병원감염 환자가 집단 발생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수술실 감염 원인은 직물(織物)로 만든 수술가운.수술포.마스크에서 발생한 먼지가 주범. 먼지는 세균의 이동 수단이 되는 데다 쌓인 먼지는 감염균의 서식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머스 박사는 "선진국에선 먼지가 많이 나는 직물재질의 의료용품을 먼지가 적고, 혈액침투가 20배 낮은 첨단 소재의 일회용 부직포로 대체하는 추세"라고 강조한다.

한국의 병원감염 관리 수준은 매우 초보적. 우선 정확한 공식 통계조차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간단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한 원칙이란 환자 접촉 후 반드시 손을 씻는 것. 그리고 가운.마스크 등은 사용한 장소에서 벗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술장 밖에 나와 가운이나 모자를 갈아입는 구조를 가진 병원이 많고, 심지어 환자 접촉 후 손을 씻는 것이 습관화되지 않은 간호사나 의사들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