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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 받아라" vs "싫다"…상가 주인까지 할퀴는 코로나19

중앙일보

입력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1층 상가를 보유한 성모(76)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은퇴하면서 전 재산을 모아서 장만한 상가 때문이다. 성씨가 15년 전에 산 이 상가의 시가표준액은 7억원이다.

매입금액의 60%(4억2000만원)를 대출받았고, 나머지 2억8000만원을 투자했다.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는 280만원 수준. 이 중 은행 대출이자로 168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재산세(208만원)와 소득세(266만원)를 감안하면 월 40만원가량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상가에서 실제 얻는 소득은 월 70만원 정도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지난 5개월간 월세도 받지 못했다. 심지어 대출 이자를 내려고 지난달에는 카드 현금서비스를 신청했다. 고민 끝에 한달 전 상가를 팔려고 내놨지만, 아직 문의 한 건도 없다. 그는 “세입자 사정을 뻔히 아는데 월세를 달라고 하지도 못하겠고, 세금도 내야 해서 아들에게 조심스레 증여 얘기를 했는데 단박에 거절하더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줄어드는 상가 임대소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에 줄어드는 상가 임대소득.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여파가 세입자에 이어 상가 주인까지 흔들고 있다. 특히 상가 임대소득을 노후 생활비로 활용하던 ‘생계형 노년층’의 타격이 크다. 마땅한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세입자에게 임대소득을 받지 못하게 되면 생활비는 물론이고 대출이자와 세금을 낼 방법이 없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 17억원 상가를 보유하고 있는 상가 주인은 일 년 내내 임대료를 받지 못해도 매년 재산세 400만원과 부가가치세 620만원 등 1020만원 정도의 세금을 내야 한다. 여기에 상가 관리비 등 유지비를 더하면 매달 100만원 정도 비용이 나간다.

그런데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 세입자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월세 내기가 어려워져서다. 세입자들은 대부분 보증금에서 월세를 제하는 방식으로 임대를 이어가고 있다. 상가 주인 입장에서는 매달 받아야 하는 월세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소득이 줄게 된 것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의 상가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 전국 상가의 순영업소득은 ㎡당 2만3500원이다. 지난해 3분기(3만8100원)보다 39%나 줄었다. 서울의 3분기 순영업소득(4만100만원)은 1년 전보다 21%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당 6만2200만원이었던 서울 상가 순영업소득은 지난 1분기 5만9100원, 2분기 5만8700원으로 줄어들다가 3분기 4만100원으로 확 떨어졌다.

순영업소득은 상가를 통해 얻는 소득(임대료+옥외 광고비 등)에서 영업경비(재산세‧보험료‧유지관리비 등)를 뺀 소득이다. 상가 기준은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30㎡ 초과 상가 중 전체의 50% 이상을 임대하고 있는 점포 기준이다.

상가 주인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세입자의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어서다. 소상공인엽합회가 소상공인 13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폐업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월세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세금과 대출금 부담에 주인들도 버티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상가 주인이 버티지 못해 상가가 경매에 넘어가면 결국 세입자가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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