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어느 정도 마셔야 건강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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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하루 얼마나 마시는 것이 적당한가? 최소한 8잔 이상 마셔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렇게 까지 많이는 필요없는 것 같다.

필요한 영양소의 하루 표준 섭취량을 정하는 미국 의학연구소 식품영양국(FNB)에서 현재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목 마를 때 마시라"고 다트머스 의과대학의 하인츠 발틴 박사는 권한다.

갈증이 날 때는 이미 탈수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다만 갈증에 대한 감각이 둔해질 수 있는 노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또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탈수작용을 하기 때문에 물 먹은 것으로 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근거 없는 얘기다.

우리는 매일 먹는 음식에서 상당량의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고 갈증 전문학자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영양학 교수 바바라 롤스 박사는 말한다.

과일과 채소는 수분함유량이 85-90%나 된다. 육류에도 적지 않은 수분이 함유되어 있고 심지어 빵과 치즈도 약 35%가 물이다. 주스, 우유 등 음료는 말할 것도 없다.

롤스 박사는 주로 음료 광고와 짠 음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없는 물을 마시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경우 화장실을 좀 자주 가야 하는 것이 귀찮을 뿐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은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해로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

이른바 '물 중독'으로 혈중 염분이 희석되면서 우리 몸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파티를 즐기기 위해 먹는 약 '엑스터시'는 심한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를 먹는 10대들은 물을 과도하게 마실 수 있다.

또 신장결석이 있는 사람도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운동을 심하게 하는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물은 충분히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특히 노인들은 때로 갈증에 대한 감각이 둔해져 자신도 모르게 탈수에 빠지는 수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하루 8잔 이상 물을 마셔야 한다는 생수업체들과 일부 영양연구기관들의 주장은 FNB의 1945년 연구보고서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보고서는 우리 몸이 하루연소하는 칼로리당 약 1㎖의 물이 필요하다고 썼다. 우리가 하루 2천 칼로리를 먹는다고 할 때 이를 환산하면 8잔의 물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이 정도의 물은 우리가 먹는 가공된 음식에 포함되어 있다고 40년 동안 신체의 수분균형만을 연구해온 발틴 박사는 지적한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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