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가운 입어도 음악 열정 못잊어"…치과의사 록그룹 '키치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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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8시 충남 천안시 봉명동 성지아파트 앞 낡은 건물 지하실에 중장년 남성 여섯명이 모였다. 창단 4년째를 맞는 록그룹 '키치스(Kitsches, 통속적 예술품들)'의 멤버인 개업의사들이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에 만나 연습한다.

"지금껏 달려 온 너의 용기를 위해 브~라보…." 이들은 만나자마자 모두의 애창곡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목청껏 부르며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키보드를 맡은 박현민(39.이비인후과)원장을 제외한 다섯명은 치과의다. 리더 정연식(41)원장은 퍼스트 기타, 그룹 살림꾼인 이용찬(39)원장은 드럼, 김상태(37)원장은 베이스 기타, 홍종태(37)원장은 보컬 겸 세컨드 기타, 막내 김원상(34)원장은 색소폰 담당이다.

키치스는 1997년 12월 맏형뻘인 鄭원장이 경희대 치대 시절 그룹 '모울러스(Molars, 어금니)' 활동을 못잊어 혼자 연습실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음악을 좋아하는 동료 의사들이 이 곳을 들락거렸다. 모울러스 후배인 李원장, 단국대 치대 그룹 '사랑니들' 멤버 김상태 원장과 같은 대학 노래패 출신인 洪원장이 합류했다.

여기에 李원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朴원장을 영입했으며, 색소폰 金원장은 지난해 뒤늦게 참여했다. 두 사람은 그룹활동 경험이 전혀 없다. 金원장은 요즘 매주 사흘씩 개인지도를 받는다.

튕기고… 두드리고… 부르고….

이들의 연습 시간은 내내 악기.노래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연습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지기 일쑤다. 레퍼토리는 레드 제플린.디퍼플.비틀스의 팝송에서 안치환.강산에.권진원의 가요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의 실력은 지난해 말 키치스보다 두해 늦게 조직된 서울 마포구 치과의사 그룹 '허트 밴드(Heart Band)'와 서울 대학로에서 합동공연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을 정도로 수준급이다. 지난 6월엔 천안에서도 공연했다. 鄭원장은 '멈추어서서'등 두 곡을 직접 짓기도 한 프로급이다.

鄭원장은 "공연 계획이 잡혀야 게으름을 안피우고 연습한다"며 "내년 초 또 무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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