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파→난방→밀폐'…코로나 감염 ‘최악 환경’ 왔다

중앙일보

입력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에서 시민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린 채 발길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거리에서 시민들이 추위에 몸을 움츠린 채 발길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 우려가 짙어가고 있다. 방역 당국은 밀폐된 환경·난방에 따른 에어로졸(공기 중 떠 있는 미립자) 전파가 올겨울 코로나 19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9일 오전 전국 최저 기온은 전날보다 5~10도가량 떨어졌다. 서울은 최저 영하 4도를 기록하는 등 추위가 본격화한 모양새다. 경기 동부내륙과 일부 강원지역, 경북 서부내륙에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방역 당국은 추위에 따른 실내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 등 실내 곳곳을 비롯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도 점차 난방을 가동하면서 밀폐 공간에서 에어로졸 감염 위험이 커졌다. 지하철 전동차는 동절기엔 평균 18~20도를 유지하기 위해 난방을 가동한다. 매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모(29)씨는 "오늘은 패딩을 입어도 될 정도로 추운 것 같다"며 "대중교통은 당연하고 회사에서도 히터를 조금씩 트는데 공기가 답답하고 환기가 안 돼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대한 자주, 오래 환기해야

최근 코로나 19 감염 양상은 요양시설 등 집단 감염과 지인 모임, 사우나 등 일상에서 나타나는 산발적 감염 두 갈래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서울에서는 강남구 헬스장을 비롯해 서대문구 주점 등 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집단 감염이 이어졌다. 방역 당국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밀폐된 실내 환경이 코로나 19 전파의 '최적 조건'이라며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호흡기 바이러스는 차고 건조한 곳에서 활성도가 높아지고 오래 생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춥더라도 자연 환기를 자주 해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1시간 정도 문을 열어 두면 전체 공기의 99%가 정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자주, 오랫동안 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조한 실내선 비말도 가볍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경신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경신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겨울철 난방 등으로 인해 건조한 환경도 감염 위험을 높인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습도가 떨어지면서 촉촉해야 할 점막이 마르고, 바이러스나 이물질을 잡을 수 있는 점액이 부족해진다"며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의 방어력이 떨어지고,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불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건조한 곳에선 비말 자체도 전파가 쉬운 형태로 변화한다. 정 교수는 "실제 연구에 따르면 건조한 실내에서 발생한 비말이 수분을 뺏기면 굵은 입자가 에프킬라 스프레이 입자처럼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 더 오래 생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상 감염 지속 시 1.5단계로

최근 코로나 19 양성률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7일 코로나 19 검사 수는 5631건으로 전날 1만935건보다 줄었지만, 양성률은 늘었다. 7일엔 검사 수 대비 양성률이 0.81%였던 반면, 8일엔 2.54%를 기록했다. 또 10월 첫 주부터 1주간 일평균 국내 발생 확진자를 보면 57.4명→61.4명→62.1명→75.3명→86.9명→88.7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한편 정부는 일상 감염 추세가 계속되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상향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은 "일상생활 전반에서 집단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현재 유행 확산 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수도권의 경우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전기난로에 손을 녹이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전기난로에 손을 녹이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 연합뉴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