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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가을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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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가을은
김월준 (1937∼)
가을은 홍시처럼 빨갛게 익어 가고
가을은 하늘처럼 파랗게 깊어 가고
가을은 가랑잎처럼 한잎 두잎 져 가고······.
- 한국시조큰사전

코로나 패러독스로 더 고운 가을

코로나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을 하고 인간의 행동이 멈춰 서자 자연이 회복되는 기현상이다. 지난해도 우리는 마스크를 끼고 살았다. 그때는 미세먼지 때문이었다. 평생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살아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올 들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각국이 봉쇄 조치로 문을 걸어 닫자 희한하게도 공기가 맑아졌다. 꿈처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해마다 개체 수가 줄어가던 바다거북 서식지에는 산란하러 오는 거북 수가 올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봉쇄를 풀자 대기가 다시 나빠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일들은 그동안 인류가 자연을 얼마나 훼손해 왔는가를 반증하는 것이다. 팬데믹이 현대의 숙제인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줄까?

김월준 시인은 1963년 조선일보와 자유문학,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3관왕이다. 소개한 작품은 초기작인데 마치 올해 더욱 곱게 찾아온 가을을 그려 보여주는 듯하다. 지난해 상처(喪妻)하고, 올해 ‘푸른 숲’이란 시집을 냈는데, 눈물로 가득하였다.

눈부시게/물결치는/꽃바다를 보아라//사랑도/저들처럼/빛날 수만 있다면//모든 걸/다 밀어내고/그대만 사랑하리 - 〈단풍〉

유자효(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