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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건넌 장기기증 릴레이 화제

중앙일보

입력

'모국의 친척 언니에게 저의 몸 일부를 나눠줘 건강을 되찾아줄 수 있다는 게 행복할 뿐입니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재미교포 2세인 미국 대학생 제니스 드리스(30.여)씨는 그동안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해 그립게만 느껴왔던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의 이종사촌 언니 강원내(42.주부)씨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이식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강씨는 지난 98년 부터 손발이 붓거나 숨이 차고 쉽게 피로가 쌓이는 등 만성신부전증 증세를 앓기 시작했다.

열심히 진료도 받았고, 가족들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치료책을 찾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강씨는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내 사랑의 인공신장실에서 이틀에 한번씩 5시간 동안 혈액투석을 받는 등 1년여 넘게 병과 사투를 해왔다.

막내 이모 등 친인척들이 신장이식 수술까지 하겠다며 조카를 위해 나섰지만 건강이 좋지 않거나 조직이 맞지 않아 수술은 여의치 않았다.

어릴 때 건너간 미국서 살던 대학생 제니스씨도 어머니를 통해 그동안 말로만 접했던 이종사촌 언니 강씨가 생사를 헤맨다는 소식에 선뜻 나서 신장이식 수술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역시 조직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3월 결국 장기기증운동본부의 `장기교환이식 프로그램'을 알게됐고, 제니스는 이를 통해 자신의 신장을 다른 가족에게 기증하는 대신 이를 기증받는 가족 중 한 명이 다시 강씨에게 신장을 기증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제니스는 강씨와 같은 병을 앓는 서모(44.건설업)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고, 서씨의 부인 김모(40.주부)씨가 다시 강씨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장기기증 릴레이'가 이뤄졌다.

제니스씨는 '이종사촌 언니에게 딸이 하나 있다는데 그 딸에겐 엄마가 꼭 필요할 것 같아 제몸 일부를 나눠서라도 돕고 싶었다'며 '빨리 쾌유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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