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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법 절차 위반”…‘재산세 감경 갈등’ 결국 대법원으로

중앙일보

입력

서초구 “4년 전 복지부 제소땐 지방분권 강조”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인 주택 보유자 중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를 50% 감면하기로 한 서초구의 ‘구세 조례 일부개정’에 대해 서울시가 대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라 재산세를 감경하겠다는 서초구의 취지는 반대하지 않지만, 지방세법에 없는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하는 등 법적인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가 서초구에 ‘재의’를 요청했지만, 서초구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조례를 공포한 것도 제소 이유가 됐다.

“법에 없는 과표구간 신설, 조세법률주의 위반”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30일 “서초구가 지난 23일 공포한 구세 일부개정 조례가 위법하다고 보고 서초구를 대법원에 제소하는 동시에 조례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초구가 하는 일의 궁극적 취지를 반대한다기보다는 서초구 조례에는 상위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며 “취지가 아닌 법적 절차의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언급한 절차상의 하자는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서초구의 조례가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다는 것이다. 조세법률주의란 조세의 부과·징수는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행 지방세법에 정해진 일반 주택의 과세표준 기준은 ▶6000만원 ▶6000만~1억5000만원 ▶1억5000만~3억원 ▶3억원 초과로 나뉘어 있는데 ‘9억원 이하’라는 과표 기준을 임의로 설정한 건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의미다.

“재의요구는 ‘강행규정’…무시는 지방자치법 위반”

서울시와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문제가 대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시와 서초구의 재산세 감경 문제가 대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서울시 관계자는 당·정이 서초구 조례와 같은 내용의 재산세 감면 정책을 추진 중인 데 대해서는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과정에서 세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부분을 조세법률주의에 근거해 법률로써 조정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서초구는 법에 없는 과세 구간을 신설하는 것이라 정부 방안과 형식상 다르다”고 말했다. 또 “만약 서초구 조례가 위법한 것으로 결정날 경우 환급해준 재산세를 다시 걷는 등 절차적 비용도 크기 때문에 집행정지 신청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서울시의 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초구가 이를 무시하고 23일 조례를 공포한 것도 제소 이유로 들었다. 제의란 지자체 의회에서 의결 사안을 다시 심사·의결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방자치법 172조 1항 따르면 시·도지사가 재의를 요구할 경우 재의요구를 받은 지자체장은 의결사항을 이송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지방의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며 “이는 임의규정이 아닌 강행규정인데도 서초구가 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추진하려 복지부 제소”

조은희 서초구청장. 중앙포토.

조은희 서초구청장. 중앙포토.

 이에 대해 서초구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과세표준 기준을 신설한 것이 아니라 재산세 감경대상을 선정했을 뿐”이라며 “서초구 특별 자문위원회 검토 결과 상위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애당초 ‘지자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준세율을 기존의 50% 범위에서 가감할 수 있다’는 지방세법 111조3항을 근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초구는 또 “2016년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의 청년활동 지원사업(청년수당)을 직권취소했을 때 서울시는 오히려 ‘(복지부가) 지방자치법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남용했다’며 청년수당을 시행하기 위해 복지부에 직권취소 조치에 대한 취소처분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며 “이처럼 자치행정·지방분권을 강조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이번 제소는 서울시의 기조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조례 공포 전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 면담을 신청했지만, 이 역시 거부해 협의 가능성도 적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법엔 재의 거부 가능성 내포”

 서초구는 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방자치법 172조7항을 보면 ‘재의요구 지시를 받은 지자체장이 (의회에) 재의를 요구하지 않으면 제소 및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이는 재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포한 단서”라고 반박했다. 또 “정부와 여당이 사실상 같은 취지의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서울시만 버티기로 일관하는 건 적절하지 못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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