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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의 식품 이야기] 벌꿀

중앙일보

입력

백화(百花)의 정액(精液), 벌꿀. 수많은 벌들이 모두 5백60만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고작 1㎏의 꿀이 얻어진다.

벌이 생산하는 양봉제품에는 꿀 외에 화분(花粉).로열젤리.프로폴리스.봉독(蜂毒) 등이 있다.

기원전 7000년께 그려진 스페인의 동굴벽화에도 등장하는 꿀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천연감미료. 우리 조상은 삼국시대부터 꿀을 먹었다. 서양꿀이 반입된 것은 조선 고종 때.

꿀은 일벌들이 꽃샘에서 꿀을 채취한 뒤 벌통에 토해낸 것. 원래는 벌의 겨울철 먹이다.

이때 벌의 침샘에서 나오는 소화효소의 작용으로 꽃꿀의 자당(설탕)이 벌이 먹기에 알맞은 포도당.과당으로 바뀐다.

꿀은 포도당과 자당(75%).설탕(5%)이 주성분. 여기에 20% 가량의 수분이 첨가돼 있다.

포도당과 자당은 가장 잘게 쪼개진 단당류(單糖類)이므로 소화.흡수가 빠르고 위에 부담이 적다. 원하는 에너지를 바로 얻을 수 있고 피로회복에 효과적이다.

꿀의 맛은 벌이 주로 찾아간 꽃의 종류에 달려 있다.

밤꿀은 쓴 맛이 돌고 색이 검다. 아카시아꿀은 아카시아향이 나고 물같이 맑은 색깔이다. 유채꿀은 풀냄새가 나고 유백색이다.

백황색인 싸리 꿀은 약간 신맛이 돈다. 황갈색인 잡화꿀은 감미롭고 향기가 진하다.

꿀은 예부터 몸이 허약한 사람의 영양제로 쓰였다. 미국의 장수촌인 버몬트의 장수 비결로 꼽히는 것이 꿀음료다.

꿀 두 수저와 사과식초 두 수저를 한컵의 생수에 탄 것이다. 이 음료는 피로하고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강정.강장식으로 통했다. 동의보감에 꿀(白蜜)은 성질이 평(平)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것으로 적혀 있다.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을 멎게 하고 입이 헌 것을 치료하며 귀와 눈을 밝게 한다고 한다.(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원장)

민간요법에서는 변비.딸국질을 멈추게 할 때 썼다. 특히 기침이 장기간 계속되면 대나무 잎을 검게 태운 가루를 꿀에 개어 조금씩 먹이기도 했다. 주체(酒滯)에는 꿀물에 칡가루를 타서 먹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여행 도중 설사를 하면 오렌지주스.소금.꿀을 섞어 먹도록 권장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나 비만자는 꿀 섭취가 권장되지 않는다. 혈당이 올라갈 수 있고 꿀은 1백g당 3백㎉(설탕은 약 4백㎉)의 열량을 내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허갑범 교수).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1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먹이지 말도록 제한했다.

꿀에 들어있을지 모르는 식중독균(보툴리즘균)이 아이의 미숙한 장(腸)내에서 번식될 위험 때문이다. 그러나 임산부는 먹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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