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항미원조' 영화 라면서…中네티즌 분노한 감독의 노란 모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한다며 야심 차게 만든 ‘항미원조(抗美援朝,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운)’ 영화 ‘금강천(金剛川)’이 흥행 성적 저조에다 감독의 기행까지 겹치며 중국인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을 제작해 지난 23일부터 상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 흥행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을 제작해 지난 23일부터 상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두 달 만에 졸속으로 만들어 흥행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로 꼽히는 ‘금강천’은 한국전쟁 당시 금강산의 금강천에서 벌어진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1953년 7월 금강천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지켜야 하는 중국군과 이를 공습으로 파괴하려는 미군과의 싸움이 주요 줄거리다.

23일 개봉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 #21일 시사회 때 공개한 선전영상에 #감독이 ‘미 해군’ 적힌 모자 쓰고 등장 #흥분한 관중 “금강천 영화는 쓰레기” #역대 가장 많은 18만개 상영관 개봉 #평점 6.9에 그치고 흥행 성적도 저조

영화의 영어 제목은 ‘희생(sacrifice)’이다. 다른 중국군 병사들이 무사히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목숨을 던진 고사포 대원들의 희생을 부각하기 때문이다. 제작비 4억 위안(약 676억원)을 들였고 세 명의 감독이 참여했다.

영화 ‘금강천’은 지난 1953년 7월 한국전쟁 당시 금강천을 건너기 위해 교량을 지켜야 하는 중국군과 이를 공습으로 파괴하려는 미군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영화 ‘금강천’은 지난 1953년 7월 한국전쟁 당시 금강천을 건너기 위해 교량을 지켜야 하는 중국군과 이를 공습으로 파괴하려는 미군과의 싸움을 그리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지난 여름 항일 전쟁영화 ‘팔백(八佰)’을 만들어 큰 흥행을 일으킨 관후(管虎)와 SF 영화 ‘유랑지구(流浪地球)’의 궈판(郭帆), 그리고 루양(路陽) 등 세 명의 감독 외 영화 전랑(戰狼)의 주인공 우징(吳京) 등 여러 스타 배우가 출연해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금요일인 23일 개봉해 주말을 넘긴 26일 오후 2시 현재 입장 수입은 3억 7100만 위안(약 627억원)에 그쳤다. 상영관이 중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18만 곳에 이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참담한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금강천’은 세 명의 감독이 참여했고 우징 등 중국의 스타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졸속이란 말을 듣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의 애국주의 영화 ‘금강천’은 세 명의 감독이 참여했고 우징 등 중국의 스타 배우들이 출연했으나 졸속이란 말을 듣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입장 수입이 12억 위안은 돼야 이익이 남을 것이라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 달 만에 졸속으로 영화를 만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본격적인 영화 상영을 앞둔 지난 21일 밤 ‘금강천’에 대한 선전 과정에서 터졌다.

이날 시사회와 함께 ‘금강천’ 주제곡인 ‘영웅찬가’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며 중간에 감독 세 명의 말을 삽입했는데 관후가 쓰고 있는 모자가 문제가 된 것이다. 관후의 노란색 모자에는 영어로 ‘NAVY’와 ‘United States’가 쓰여 있어 ‘미 해군’으로 읽혔다.

지난 여름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팔백’을 만들었던 감독 관후가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 제작에 참여한 뒤 이를 소개하는 선전 영상에서 ‘미 해군’을 뜻하는 모자를 쓰고 나왔다가 중국 네티즌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지난 여름 중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팔백’을 만들었던 감독 관후가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 제작에 참여한 뒤 이를 소개하는 선전 영상에서 ‘미 해군’을 뜻하는 모자를 쓰고 나왔다가 중국 네티즌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이를 발견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아니, 항미원조 애국주의 영화를 선전하는 데 미 해군 모자를 쓰고 나온 게 말이 되냐”는 비난이 일었다. “영화 금강천은 쓰레기” “이런 자세로 열사를 대하는 게 맞느냐” “나가 죽어라” 등과 같은 거센 반발이 인 것은 불문가지다.

한 중국 네티즌은 관후를 변호하는 차원에서 “(그 모자는 한국전쟁 때) 노획한 물품인가 보다”라고 적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이 한국전쟁 때 미 공습으로 숨졌는데 그게 미 해군항공대 소속 아니냐”고 흥분한다.

중국 영화감독 관후가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을 소개하는 자리에 ‘미 해군’을 뜻하는 노란 모자를 쓰고 나와 중국에서 커다란 물의를 빚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중국 영화감독 관후가 항미원조 영화 ‘금강천’을 소개하는 자리에 ‘미 해군’을 뜻하는 노란 모자를 쓰고 나와 중국에서 커다란 물의를 빚고 있다. [중국 텅쉰망 캡처]

‘금강천’은 이래저래 진퇴양난의 모습이다. 평점도 6.9에 그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역대 가장 많은 상영관을 쓰고 있으면서도 2017년 영화 ‘전랑’이 달성했던 56억 7877만 위안(약 9600억원)의 수입엔 크게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