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北주민 4명 안과수술차 방북한 공영태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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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의료진은 남한에서 20여년 전에 하던 방법으로 수술을 했어요. 의료장비도 낡고 의료물자는 턱없이 부족했지요. 그러나 신기술을 배우려는 북한 의사들의 열의만큼은 대단했습니다. 남측 의료진이 새로운 의료장비와 수술법에 대해 설명하자 그들은 진지한 자세로 수많은 질문을 했어요."

지난달 27일 북한 주민 4명의 백내장 수술을 집도하기 위해 의료진을 이끌고 평양의학대학을 방문한 공영태(公英泰.55.공안과 원장)박사의 설명이다.

4명의 의료진과 4명의 기술팀으로 구성된 公박사 일행의 이번 북한 방문은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崔弘俊)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公박사 일행은 보통강여관에 여장을 풀자마자 수술장비 설치와 전기설비 등 사전작업을 하기 위해 평양의학대학으로 직행했다.

公박사는 "북한은 전기사정이 나빠 수술 전에 반드시 전압과 주파수를 맞추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함께 간 기술팀이 이틀 동안 남한에서 가져간 모든 장비를 완벽하게 설치해 언제든 수술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평양 도착이 예정보다 나흘간 늦어졌기 때문에 수술은 지난달 29일 하루에 모두 끝내야 했다.

公박사는 "수술은 모두 6시간이 걸렸는데 이중 4시간은 순전히 기계를 소독하는 데 소비했다"며 "서울에서처럼 기계가 두대 있어 수술하면서 번갈아 소독을 했다면 2시간30분 정도면 수술을 마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公박사의 북한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 지난해 4월 방북 당시에도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안과수술을 하려 했으나 의료시설과 물자 등이 없어 수술을 포기했다고 한다.

公박사는 "우리는 가제를 한번 쓰면 버리지만 그들은 소독해 계속 사용하는 것 같았다"며 "빨갛게 물든 가제를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의료물자의 부족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안경을 쓴 북한 어린이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물자부족 때문이라고 公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안경 하나 값이 북한 노동자의 한달 월급과 맞먹기 때문에 북한 어린이들은 눈이 나빠도 안경을 낄 수 없다"면서 "특히 콘택트렌즈는 너무 비싸 웬만한 가정에서는 아예 살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남북한의 의학용어가 90%이상 같다는 점. 公박사는 수술에 앞서 북한 의료진에게 최첨단 백내장 수술 방법을 우리 말로 풀어 동영상으로 소개했는데, 의학용어가 거의 같아 의사 전달에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앞으로 두 석 달 후 다시 북한을 방문할 예정인 公박사는 "북한에서는 식.의.주 다음으로 의료를 꼽을 만큼 보건을 중요시한다"면서 "식량이나 비료지원 못지 않게 의약품 지원에 남한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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