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병원 신약등 임상시험 확대를"…삼성서울병원 이종철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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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내 대형병원들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임상시험(환자.일반인을 대상으로 개발 중인 신약의 안전성.효능 등을 검증하는 시험)에 적극 나서야 할 때입니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이종철(李鍾徹.54)원장은 동양인 대상 신약 임상시험의 대부분이 싱가포르.대만.홍콩.중국.태국 등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는 "국내 의료계가 신약 임상시험에 눈을 돌리면 기초의학 실력이 향상되고 연구논문수가 크게 늘어나며 정부 지원 연구비의 수십배에 달하는 연구비를 쉽게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임상시험 대상자를 윤리.건강 측면에서 보호하기 위한 독립 심사기관)는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미국 보건부로부터 IRB 등록번호를 받았다.

최근에는 이 병원 IRB 위원 25명이 미국 국립보건원이 주관하는 인터넷 교육을 마쳤다.

이원장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N사의 경우 한국에서 전세계 매출액의 0.25%(연간 6백37억원)를 벌어들이지만 한국에서 쓰는 연구비는 회사 전체 연구비의 0.002%(10억원)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뢰를 받아 수행한 임상시험 건수는 모두 62건(10억원).

건당 연구비가 1천6백만원밖에 안된다. 이는 훨씬 간단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건당 비용(3천만~5천만원)보다도 낮은 수준.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의 생명과학 연구인프라와 임상시험 수준을 극히 낮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선호도가 높지만 이 병원의 취약점이 궁금해졌다.

"아직 연륜이 짧다. 의사 나이 50세 전후에 '의학의 꽃'이 피는데 이제 개원한 지 8년밖에 안된 데다 개원당시 기존 의사를 스카우트하기보다는 젊은 의사들을 해외연수시킨 뒤 이들을 주축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대신 팀워크는 탄탄하다.

또 개원 당시에는 하루 환자 2천5백명, 직원 2천5백명 규모의 병원을 예상했으나 지금은 하루 환자 5천3백명, 직원 4천5백명(의사 1천명)으로 확대돼 공간이 비좁다."

그는 끝으로 "내과.외과 식으로 운영되는 일본식 시스템을 탈피하기 위해 우리 병원은 앞으로 위암센터.폐암센터처럼 질환별로 세분화하는 등 환자 위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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