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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도 꺼진 佛 교사 추도식...마크롱 “조용한 영웅” 애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현지시간) 피살 교사 사뮈엘 프티의 죽음을 애도하며 소등한 프랑스 파리 에첼탑 모습.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피살 교사 사뮈엘 프티의 죽음을 애도하며 소등한 프랑스 파리 에첼탑 모습. AFP=연합뉴스

표현의 자유를 가르치기 위해 수업시간에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보여줬다가 피살된 프랑스 교사의 국가 추도식이 열렸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오후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는 피살 교사 사뮈엘 프티(47)의 국가 추도식이 진행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 공범, 이번 테러 공격을 저지르거나 동참한 그 비겁자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려 한다”며 “프티의 이름을 야만인들에게 알려준 이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겠다. 그들은 그럴 가치가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격양된 목소리로 “그는 프랑스 공화국의 가치를 실현했기 때문에 살해당한 것”이라며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은 우리의 미래를 빼앗길 원했기 때문에 그를 살해한 것이다. 그들은 프티와 같은 ‘조용한 영웅들’이 있다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21일 추도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티의 운구에 조의를 표한 뒤 돌아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21일 추도식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프티의 운구에 조의를 표한 뒤 돌아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프티는 우리가 잊지 못하는 그런 선생님들 중 하나였다”며 “그는 장 조레스(20세기 프랑스 정치인)가 교사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꿈꾸던 그런 선생의 모습이 실현된 사람이었다” “그는 넓은 생각의 폭을 보여줬고, 존중을 가르쳤으며, 문명이 무엇인지 볼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계속해서 당신이 그토록 가르치려 했던 자유를 수호하고, 정교분리주의(laïcité)를 지지할 것”이라며 “프티는 프랑스 공화국의 얼굴이 됐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이날 추도식에는 400여명밖에 참석하지 못했다. 추도식에서는 유족 요청에 따라 록밴드 U2의 노래 ‘원(one)‘이 울려퍼졌다. 프티의 제자와 동료, 친구들은 프티의 운구가 도착하자 조레스가 교사들의 의무에 관해 쓴 ‘교사들에게 띄우는 편지’ 등을 읽었다.

추도식에 참여한 프티의 옛 제자 중 한 명은 BFMTV과의 인터뷰에서 “프티 선생님과 함께하면서 좋았던 건, 아주 많은 토론을 했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우리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했고, 선생님은 우리에게 우리가 무엇을 믿든 안 믿든 그건 우리의 자유라며, 이 원칙은 타인에게도 항상 적용돼야 한다고 계속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21일 추도식을 보기 위해 소르본 대학 광장 앞에 모인 시민들. AFP=연합뉴스

21일 추도식을 보기 위해 소르본 대학 광장 앞에 모인 시민들. AFP=연합뉴스

추도식에는 장 카스텍스 총리, 안 이달고 파리시장,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오후 8시쯤부터는 파리 에펠탑도 추도의 의미를 담아 소등했다.

프티는 지난 16일, 파리 근교의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범인은 러시아 체첸 지역 출신의 압둘라크 안조로프(18)였다. 안조로프는 범행 직후 SNS에 “알라를 받들어 무함마드를 조롱한 마크롱의 강아지 중 하나를 처단했다”며 범행 현장 사진을 올린 뒤, 사건 현장 인근에서 흉기를 들고 경찰과 대치하다 사살당했다.

20일 AFP통신은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안조로프가 프티를 비판해 온 학부모와 범행 전 연락을 취해왔다고 보도했다. 안조로프는 범행 당일 프티가 다니는 학교에 와 학생들에게 150유로(약 20만원)를 주며 프티의 인상착의 등을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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