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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교사 참수 용의자, 수업 불만 품은 학부모와 공모 정황 포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발생한 중학교 역사 교사 참수 사건 용의자의 범행 전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현지 경찰은 이 용의자가 일면식도 없는 교사의 신원을 어떻게 파악했는지에 집중해 수사해왔다. 조사 결과 교사의 수업에 불만을 품었던 학부모가 SNS에 올린 동영상과 교사의 신상 정보가 범행에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프티(47)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나도 교사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프티는 이달 초 12~14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언론 자유 관련 수업에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보여준 뒤 거리 한복판에서 살해됐다. [AFP=연합뉴스]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프티(47)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나도 교사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프티는 이달 초 12~14세 학생을 대상으로 한 언론 자유 관련 수업에서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보여준 뒤 거리 한복판에서 살해됐다. [AF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교사 사무엘 프티(47) 살해 용의자인 압둘라크 안조르프(18)가 범행 전 프티가 가르치는 한 학생의 아버지와 접촉했던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안조로프는 지난 7일 이 학부모가 SNS에 올린 연락처를 보고 접촉을 시도했다. 이후 휴대전화 메신저인 ‘왓츠앱’으로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경찰은 통화와 문자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학부모는 경찰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 인물이다. 그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준 프티의 수업에 불만을 드러내 왔다. 그는 프티와 학교가 이슬람교와 무함마드를 모욕했다고 반발했다. 프티를 ‘폭력배’로 지칭하고, 그의 해고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SNS에 올린 뒤 프티를 형사고발 했다.

이에 프티가 명예훼손으로 맞대응하자 그는 다시 SNS에 프티의 이름과 학교 주소를 공개했다. 경찰은 용의자와 학부모가 범행 전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 광장에서는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프티(47)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 광장에서는 길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프티(47)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렸다. [AP=연합뉴스]

또 용의자는 범행 당일 오후 학교 인근에서 이 학교 학생들에게 프티의 인상착의를 물어보고 다녔다. 그중 한 학생(14)에게 150유로(약 20만원)를 주고 프티의 신원을 파악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 등이 보도했다. 용의자는 풍자만화 이야기를 꺼내며 프티가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무기가 보이지 않아 위험한 인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학생과 함께 돈을 나눠 가진 다른 학생 4명도 불러 조사 중이다.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체첸 출신인 안조로프는 6살 때부터 난민 신분으로 프랑스에 머물러왔다가 올해 거주 허가를 받았다. 프랑스 정보당국의 테러리스트 감시대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최근 이슬람 급진주의에 빠져 SNS에서 활동했다고 주변 인물들은 증언했다. 그는 사건 직후 현장에서 “알라는 위대하다”는 쿠란 구절을 외치고, 트위터에 범행 사진과 함께 “알라를 받들어 무함마드를 조롱한 마크롱의 강아지 중 하나를 처단했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저항하다가 현장에서 사살됐다.

프랑스 당국은 추가 테러 가능성을 우려해 이슬람 극단주의와 연결된 단체를 통제하고 나섰다. 사건 발생 전날 SNS에 프티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게재한 이슬람 사원을 폐쇄하고, 231명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강제 추방할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지하는 단체인  ‘셰이크 야신(Cheikh Yassine Collective)’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면서 국무회의에서 단체 해산을 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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