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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속에 삶 이어왔다”…故 김홍영 검사 사건, 시민이 판단

중앙일보

입력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을 방문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부친이 고인의 추모패를 어루만지며 눈믈을 흘리고 있다. [사진 법무부 제공]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을 방문한 고(故) 김홍영 검사의 부친이 고인의 추모패를 어루만지며 눈믈을 흘리고 있다. [사진 법무부 제공]

상관의 폭언·폭행 및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 사건과 관련해 시민의 시각에서 사안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열렸다. 김 검사 유족은 “4년 5~6개월 동안 고통 속에 삶을 이어왔다”며 수사심의위에 직접 참석했다.

유족 “‘직장 내 괴롭힘’ 경종 울려야”

수사심의위는 16일 오후 대검찰청에서 김 검사의 당시 상관이자 피의자로 지목된 김모 전 부장검사 사건 심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학계·언론계·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 다양한 분야의 시민 15명으로 꾸려진다. 심의위원들은 사건관계인 측의 의견을 확인한 뒤 토론과 논의를 거친다. 그다음 수사·기소 여부 등에 대한 결론을 도출해 검찰에 권고한다.

김 검사 유족은 법률대리인과 함께 수사심의위에 참석했다. 김 검사의 부친은 취재진에게 “지금까지 4년 5~6개월 동안 기다렸다. 사과할 기회도 충분히 있었다”며 “심의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김 검사 유족 측은 수사심의위에서 인권 보호 필요성 및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강조할 계획이다.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책임자를 재판에 넘겨 명예가 회복되길 희망한다는 게 유족 측 입장이다.

특히 유족 측은 ‘직장 내 괴롭힘’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수사심의위에 냈다. 의견서에는 ‘검찰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용인된다는 건 결국 우리 사회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권 감수성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자화상’이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고(故) 김홍영 검사가 근무하던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315호실에서 김 검사의 모친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제공]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고(故) 김홍영 검사가 근무하던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315호실에서 김 검사의 모친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 법무부 제공]

고발 10개월 흘러…秋, 추모비 방문도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에서 그동안의 수사 경과 및 내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한 뒤 심의위원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에서 수사 중이다. 지난해 11월 고발장이 제출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처분은 내려지지 않았다.

김 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 근무하던 지난 2016년 5월 서른셋의 나이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 발견된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찰 조사결과 김 전 부장검사의 상습 폭언 등이 드러났다. 법무부는 그를 해임했지만, 처벌은 없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지난해 11월 김 전 부장검사의 폭행 등 혐의를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김 검사 유족 등은 검찰의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검찰시민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의결했다.

한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8일 김 검사 유족과 함께 고인이 생전 근무했던 서울남부지검에 방문해서 추모 행사를 가졌다. 추 장관은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그의 희생이 우리의 참회 속에 ‘정의로움’으로 다시 우리 안에 새겨지도록 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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