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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돈없다며 KF-X 미룬 인니, 오스트리아엔 비밀편지 간청

중앙일보

입력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공동 투자·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오스트리아 중고 전투기를 구매하기 위해 양국간 고위급 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이 부족해 KF-X 사업 분담금을 내지 못하겠다더니 정작 다른 국가엔 비밀 서신까지 보내 이 같은 내용의 ‘간청’을 했다는 것이다.

인니, 오스트리아에 편지 보내 #"전투기 사고 싶으니 만나달라" #방산업계 “진짜 돈 없는 거 맞나” #인니 매체, “비용뿐 아니라 시간도 문제”

KF-X가 지난 9월 시제기 최종 조립에 들어간 모습. [사진 방위사업청]

KF-X가 지난 9월 시제기 최종 조립에 들어간 모습. [사진 방위사업청]

최근 인도네시아 매체 자카르타 포스트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8일 오스트리아 클라우디아 탄네 국방장관에게 편지를 보내 만남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이달 15~19일 미국 방문이 예정된 프라보워 장관이 20일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머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한다.

프라보워 장관은 자신의 동선을 밝힌 이유를 해당 편지에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편지에서 “우리의 영토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방어 장비를 조달하고 있다”며 “우리가 제안한 오스트리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대해 논의하려 한다. 편하신 때 예의를 갖춰 뵙고 싶다”고 적었다.

프라보워 장관이 오스트리아 전투기에 관심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프라보워 장관이 지난 7월 10일 탄네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유로파이터 타이푼 구매에 관심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같은 달 20일 보도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서한에는 “오스트리아 유로파이터 15대를 구입하는 사안에 대해 공식 심의에 들어가고 싶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탄네 장관 역시 이에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프라보워 장관이 지난 8일 보낸 편지에는 “7월 서한에 대해 탄네 장관이 9월 4일 답장을 해줘 감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다만,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자카르타 포스트의 연이은 서한과 편지 공개에 대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밝혀왔다.

오스트리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지난 4월 비행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오스트리아의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지난 4월 비행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방산업계에선 예산 부족으로 KF-X 사업 분담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인도네시아가 다른 나라 전투기 구매에 이토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인도네시아는 오스트리아 유로파이터 외에도 프랑스 닷소의 라팔 전투기, DCNS의 스코르펜급 잠수함, 고윈드급(2500t급) 코르벳 초계함, 미국의 수직 이착륙 수송기 MV-22 오스프리 등의 구매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인도네시아가 KF-X 대신 다른 첨단 무기에 곁눈질을 하는 게 단순히 돈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시간’ 때문에 인도네시아군 당국이 오스트리아에 구애 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2009년 최소필수전력(MEF) 확보 계획을 시작하면서 완료 시점을 1차 2014년, 2차 2019년, 최종 2024년으로 정해놨는데 2차까지 진행률이 당초 목표로 했던 75.54%를 밑도는 63.19%에 그쳤다. 2024년 계획 완료를 위해선 2026년을 개발 완료 시점으로 잡은 KF-X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인도네시아군 당국이 MEF 계획을 충족시키는 방법 중 하나는 오스트리아와 같은 나라에서 중고 무기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중고 전투기 도입은 12~24개월이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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