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색 하늘, 매캐한 냄새, 썰렁한 거리.
21일 최악의 황사(黃砂)에 시민들의 일상생활도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시민들은 외출을 꺼려 대도시 도심은 휴일처럼 한산했고, 반면 병원은 호흡기.안과 환자로 붐볐다. 학교에선 체육 등 야외 학습이 일제히 취소됐고 야외 놀이시설이나 건축 공사장은 사실상 일손을 놓다시피했다.
● 황사 왜 심해졌나, 숲 파괴가 부른 재앙
서울의 황사 발생일수는 1999년 6일에서 2000년 10일, 지난해 27일로 늘었다.
또 연평균 발생 일수도 61~90년 2.6일에서 90~2001년엔 8.8일로 커졌다. 99년 이후에는 황사가 봄뿐 아니라 1월과 12월에도 발생하는 등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엔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 북부지역에 높은 기온과 가뭄이 계속돼 예전보다 큰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 황사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중국 서부 내륙 지역이나 네이멍구(內蒙古)지역이 사막이 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일 환경보호센터는 95~2000년 중국 허베이(河北)와 네이멍구에서 80만㏊ 초원과 삼림이 파괴돼 더 심한 황사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90년대 이후의 과도한 개간.방목.땔감 채취도 원인이다.
● 피해 및 방지대책
한번 황사가 발생하면 동아시아 상공은 약 1백만t의 먼지로 뒤덮인다. 이 가운데 한반도엔 15t짜리 덤프트럭 4천~5천대 분량인 4만6천~8만6천t정도가 쌓인다.
이때 중금속.유해물질 농도는 평상시 ㎥당 50~70㎍(마이크로그램, 천분의 1㎎)에서 1천㎍ 이상으로 치솟는다. 이에 따라 눈병과 기관지염.천식 등 호흡기 환자가 급증한다. 또 기존 질환이 악화돼 사망자가 늘기도 한다.
이달 초 미국 뉴욕대학은 ㎥당 미세먼지가 연평균 10㎍ 증가하면 폐암 사망자가 8%나 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황사는 또 농작물 성장을 방해하며 정밀기계에 손상을 주고 반도체 생산공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황사를 막는 데는 시간이 걸려도 조림(造林)을 통해 사막화를 방지하는 게 최선이다. 중국 조림부도 지난 20일 5백억위안(약 8조2천억원)을 들여 10년간 베이징에 4백16만 ㎢의 숲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 눈병·호흡기질환 등 건강관리 '비상'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유세화 교수는 "황사와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의 일차방어막인 코와 기관지 점막이 말라서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사는 또 직접적인 접촉이 이루어지는 안구를 자극해 자극성 각결막염과 알레르기성 결막염을 일으키기도 하며 건조해진 실내공기와 겹치면서 안구건조증을 심화시키는 등 각종 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황사현상이 심할 때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황사로 인한 질병을 막는 최선의 예방법이며, 불가피하게 외출하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얼굴과 눈, 코 등을 깨끗한 물로 씻는 게 좋다.
또 황사로 인해 눈이 따끔거리고 간지러움증을 느낄 때는 식염수로 안구를 씻어주고 인공누액으로 자주 안구를 세척해 주는 게 좋다.
외출할 때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착용함으로써 눈에 먼지가 적게 들어가게 하는것도 황사피해를 줄이는 한가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 황사 대처 요령
① 콘택트 렌즈를 빼고 안경을 쓴다.
② 출입문.창문을 닫아 먼지 유입을 막는다.
③ 외출 후 돌아와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한다.
④ 운동.등산 같은 격렬한 실외 활동을 피한다.
⑤ 실외 활동시 마스크.안경 등을 착용한다.
⑥ 강풍이 부니 시설물 관리에 신경쓴다.
⑦ 황사가 지나간 후 집 안팎을 물청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