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일 재보궐 경선준비위원장에 3선인 김상훈(대구 서) 의원을 임명했다. 당 관계자는 “김상훈 의원이 위원장으로 재보궐 경선을 이끌게 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있는 인선이다. 애초 국민의힘은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를 경선준비 위원장에 내정했고, 이날 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전부터 "당내 반발이 강하다"는 얘기가 돌더니 오후 2시 30분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김 의원으로 선회했다. 유 전 부총리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오늘 오전 김종인 위원장이 전화를 걸어와 ‘어려울 것 같다’는 취지의 뜻을 전했고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내정 철회 이유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위원장이 된 김상훈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서울, 부산 시민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지도자가 공정한 잣대에 의해 선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선이 급작스레 뒤집히자 당내에선 “서울시장 선거 등 당의 사활이 걸린 재보궐을 앞두고 당내 불협화음과 이해관계 충돌이 본격적으로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유 전 부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위원회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한 당 인사는 “추석 전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유 전 부총리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했을 정도로 (김 위원장이) 당초 유 전 부총리 내정에 부정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런데 내정 소식이 알려진 뒤 당 일각에서 “유 전 부총리 카드로는 재보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견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당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경제부총리를 지낸 유 전 부총리에게 ‘친박 색채’가 있는 점도 당내 반발을 부른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반발에 부딪혀 애초 구상이 헝클어지면서 김종인 위원장의 심기도 좋지 않았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사전회의 때 “이런 식으로 하면 대선에서 진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또 일부 당 중진들 사이에서 “국감 이후 상임위원장직을 11대 7로 배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놓고도 비판했다고 한다. 지난 6월 국민의힘은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의 ‘독주’에 대항한다는 의미로 모든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했었다.
김 위원장은 “이러다가는 비대위를 더 끌고 가지 못할 수도 있다. 비대위가 비생산적인 모습을 보이고 당 국정감사도 현재까진 실망스럽다”며 “당이 총선 참패 뒤에도 긴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복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경선준비위 부위원장에는 김선동 사무총장을 임명했다. 위원으론 박수영ㆍ최승재ㆍ조수진ㆍ황보승희 의원과 신동우ㆍ임재훈 전 의원, 이수정 경기대 교수,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 한오섭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김재섭 비대위원을 임명했다
손국희ㆍ김기정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