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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걸의 의학프리즘] 장기기증자에 사례금 허용을

중앙일보

입력

조혈모세포 이식술(과거 골수이식술)이란 것이 있다. 혈액을 만드는 이른바 조혈모세포를 뽑아 백혈병 등 생명이 경각에 달린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이다.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 위해선 2박3일간 병원에 입원해 전신마취후 엉덩이뼈에서 주사바늘을 통해 1ℓ 정도의 혈액을 뽑아내야 한다.

부작용은 거의 없고 추출된 골수는 4주 이내 원상복구된다지만 며칠간 엉덩이가 얼얼해야 하는 등 기증자의 신체에 부담이 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오죽하면 조혈모세포 기증의사를 밝힌 사람의 70%가 정작 기증 단계에선 거부하고 드물지만 피를 나눈 형제조차 외면할까 싶다.

그러나 기증자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좋은 일을 했다는 마음의 행복 외엔 없다. 현행 법은 어떠한 대가도 일절 인정하지 않는 봉사 차원의 기증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臟器)이식관리센터를 통해 기증 장기의 분배도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 장기매매를 둘러싼 잡음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뇌사자가 발생한 해당 병원은 가족들에게 장기 기증을 독려할 동기(動機)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애써 기증받아도 다른 병원에 좋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조혈모세포를 비롯한 각종 장기의 기증이 격감하고 있다. 원칙을 따지는 사이 해마다 수백명의 환자들이 생명을 잃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장기 매매를 합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매매라기보다 감사의 표시로 3백~3천달러까지 수혜자가 기증자에게 사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7만9천여명이 장기를 기다리고 있으며 이 중 매년 5천5백여명이 숨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나 도덕도 좋다. 그러나 하루하루 간신히 연명하는 환자의 생명만큼 절실한 문제는 아니다. 이 점에서 우리도 기증자에게 최소한의 금전적 사례를 허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사적으로 장기를 돈으로 주고받는 매매를 허용하자는 뜻이 아니다. 누가 기증했는지 수혜자에게 신원을 밝히자는 뜻도 아니다. 이 경우 불미스런 이권이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익명을 유지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선의의 뜻을 가진 기증자에게 적어도 며칠간 생업을 중단한 것에 대한 보상 정도는 이뤄지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아울러 병원이 장기 기증을 설득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해당 병원이 기증받은 장기는 해당 병원이 이식할 수 있도록 보건 당국은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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