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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참모 만류에도 백악관 돌아가 마스크 벗고 경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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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를 위해 군 병원에 입원한 지 72시간 만인 5일 오후(현지시간) 퇴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치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백악관에서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CNN 등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복귀를 고집했다고 전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병실 대통령’ 악재를 해소하기 위해 조기 퇴원을 강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색 붉고 계단서 손잡이에 의존 #CNN “전파 위험, 북 지도자 같다” #‘중국 바이러스 이겨낸 무적 영웅’ #기사 나오자 트위터로 공유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후 트위터에 올린 1분26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당신을 지배하게 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밝혔다. 또 “이제 나는 더 좋아졌고 아마 면역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치 가능성까지 주장했지만 그가 지난 2일 입원한 지 사흘 만에 퇴원할 정도로 회복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오는 게 퇴원 조건은 아니다. 숀 콘리 대통령 주치의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퇴원에 앞서 월터리드 군 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퇴원 기준을 모두 충족하거나 넘어섰다”며 “우리는 그를 집으로 데려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참모들은 백악관에 돌아간 뒤 다시 증상이 악화해 재입원하면 건강에도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복귀를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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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6시37분쯤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월터리드 군 병원 정문을 걸어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색은 다소 붉었다. 평소 갖고 다니던 검은색 천 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덴탈 마스크를 썼다. 정문 앞 낮은 계단을 내려오면선 손잡이에 의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량 쪽으로 걸어가며 “감사하다”고 짧게 말한 뒤 엄지를 들어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에 탑승해 10여 분 비행 후 백악관 경내 사우스론에 착륙했다.

헬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외부 계단을 이용해 백악관 2층 발코니로 올라갔다. 평소 같으면 1층으로 들어가는데, 이날은 2층으로 걸어 올라가 정면을 응시하고 선 뒤 갑자기 마스크를 벗어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발코니에 올라선 직후엔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면을 향해 거수경례를 한 뒤 결연한 표정으로 사진 촬영에 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층을 향해 몇 마디 던졌고, 이내 백악관 전속 사진사가 2층으로 급히 뛰어 올라가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완치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벗고 말하는 것은 주변 사람에겐 바이러스 전파 위협이 될 수 있다. CNN 앵커 에린 버넷은 “여기에서 우리는 마치 북한을 보는 것 같다”며 “친애하는 지도자가 나와 웅장한 건물을 배경으로 행사를 연출하고 사진 찍는 장면은 북한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로 퇴원 계획을 미리 알리면서 자신을 ‘중국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무적의 영웅’으로 묘사한 기사를 공유했다. 코로나19를 이겨낸 대통령으로 선거전에 임하겠다고 알린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백희연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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