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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 마스크'탓 바이러스 많이 침투…폐렴 심해질 수도"

중앙일보

입력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메릴랜드 월터 리드 메디컬센터를 잠시 나와 차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메릴랜드 월터 리드 메디컬센터를 잠시 나와 차안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고 폐렴이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개 발병 후 일주일 지나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데, 트럼프가 사흘 만에 떨어진 점에 비춰보면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 숀 코리 주치의의 브리핑, 외신 보도 등 관련 정보를 종합해 이렇게 분석했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인터뷰 #"미국 환자 치료 경험, 신약물질 풍부하고 #조기진단·조기치료 덕분에 별일없이 회복할 것"

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병 사흘 만에 혈중 산소량이 줄어 백악관에서 산소 치료를 받았고 상태를 주시하기 위해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갔다"며 "산소량이 떨어진 것은 좋지 않은 사인"이라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트럼프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된 덱사메타손(스테로이드 제제)을 쓰고 있다는 것은 폐렴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약을 썼다면 최소한 산소 치료를 필요로 하는 폐렴이 왔다는 설명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트럼프의 평소 스타일을 봤을 때 앞으로 상태가 좋아지면 5일 그랬던 것처럼 본인이 나서 뭔가를 발표하거나 병원 밖으로 나와서 손을 흔드는 등의 행동을 할 것"이라며 "만약 이런 움직임이 없으면 상태가 안 좋다는 사인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고령(74세), 기저질환(비만 등)을 위험 요인으로 평가했다. 이보다 더 위험한 요인으로 트럼프의 일상화된 '노 마스크'를 들었다. 오 교수는 "마스크를 안 썼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내에 많이 들어갔을 것이고, 이로 인해 예후(질병의 진행 상태)가 안 좋을 것으로 본다. 폐렴이 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덱사메타손뿐만 아니라 렘데시비르(항 바이러스 제제)와 항체치료제를 쓰고 있다. 렘데시비르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 국제 임상시험에서 코로나19 환자의 치료기간을 15일에서 11일로 단축한 효과가 있다고 입증됐다. 단일 클론 항체치료제는 미국의 리제네론이라는 회사가 임상시험 중인 신약이다. 오 위원장은 "이 약은 1,2상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와 있다. 빨리 투여하면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중인 약이라도 대체재가 없으면 쓸 수 있다(동정적 요법제도).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이 8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이 8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오 위원장은 "트럼프가 봄에 확진됐으면 위험한 상황을 맞았을 것이다. 봄에는 치료제가 없었고, 치료 방법도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별일 없이 회복할 것이라고 본다"고 낙관했다. 그 이유로 미국이 코로나19 신약 후보물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 미국 당국의 조기진단·조기치료를 들었다. 진단과 치료가 빠를수록 예후가 좋다.

또 미국에서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해 치료 경험이 가장 풍부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 위원장은 "중환자를 치료할 때 인공호흡기 세팅이 중요하다. 가령 산소 1회 흡입량이나 농도, 환자 자세(바로 눕힐지, 바닥을 보게 할지) 등에 대한 노하우가 초기에는 없었지만 지금은 다 쌓여있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한국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미국처럼 대응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렘데시비르·덱사메타손 등을 이미 쓰고 있고, 셀트리온이 임상시험 중인 항체치료제가 있다.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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