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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다 빠진 '맹탕 국감' 되나

중앙일보

입력

구글·넷플릭스 등 외국계 IT기업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본사 임직원을 한국 법인 대표이사로 등록해놓고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회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포털 뉴스를 서비스하는 네이버·카카오도 여당 반대로 증인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이 '속 빈 강정'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구글·넷플릭스 없는 '맹탕'?

7일 과방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미국에 머무르고 있어 여행 제한, 자가격리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켜야한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최근 웹툰·음악·영상 등 모든 콘텐트 앱에 앱마켓 수수료 30%를 부과하는 '인앱결제 의무화' 방침을 발표해 논란이 됐다.

현재로선 워커 대표 대신 존 리 구글코리아 광고 비즈니스 총괄 사장이 국감 출석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 사는 존 리 사장은 기존에도 구글코리아를 대표해 국감에 출석한 바 있다. 그러나 매번 "본사가 진행한 일이다" "직접 관여하지 않아 모른다" 등 회피성 답변을 반복해 국감 위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5일 구글코리아는 "존 리 사장에 대한 국회의 출석 요구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뉴스1

지난해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뉴스1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코리아 대표도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한국 아닌 미국에 거주 중이라 참석이 어렵다는 이유다. 넷플릭스코리아는 "톰슨 대표는 미국 법무팀에서 해외 사무소를 개설하는 업무를 지원하는 사내 변호사"라며 "한국 입국후 2주간 시설 격리를 해야하고, 미국에 돌아간 후에도 자가격리 의무를 져야해 일상 및 업무에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톰슨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도 불출석 사유를 내고 불참했다.

넷플릭스는 앞서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논란에 휘말렸다. SK브로드밴드와는 사용료를 낼 의무를 두고 소송도 진행 중이다.

과방위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과방위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 거주해 못 간다"에, 국회는 "화상으로 하자"

이에 해외 거주자를 한국 대표로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외국계 기업의 관행이 비판을 받고 있다. 해외 기업은 국내 대표로 법무 담당자 이름을 걸어놓는 일이 잦다. 상법상 회사·대표 등이 해당 국가에 있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외국 국적자가 대표로 선임되는 것은 외국계 회사의 국내 법인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대표의 국적이나 소재는 회사의 책임과 무관하며, 구글의 조직 구조상 실제 업무는 구글코리아의 부문별 총괄이 맡고 있다"고 했다. 넷플릭스코리아 관계자도 "넷플릭스는 전 세계 공통으로 지사장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낸시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톰슨 넷플릭스코리아 대표 [사진 본인 링크드인]

낸시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 레지날드 톰슨 넷플릭스코리아 대표 [사진 본인 링크드인]

국회는 '화상 국감'을 고려 중이다. 과방위 여야 간사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은 "코로나19 방역이 불출석 사유인만큼 화상을 통해 한국 법인 대표들을 부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된 정진수 엔씨소프트 부사장도 국감에 불참한다. 정 부사장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가 가져올 파급효과 관련 참고인으로 국감 출석을 요구받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개별 사업자로서 해당 이슈를 대표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참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모바일 앱 서비스 기업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 유통망 '갑'인 구글과 갈등 국면에 나서는 게 엔씨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게임 앱은 이미 구글에 수수료 30%를 내고 있는 데다, 글로벌 진출 창구인 구글 앱마켓을 비난하는 국감장에 엔씨소프트 고위임원이 출석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란 해석이다.

與 "네이버·카카오 불러다 여당 공격? 반대"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중앙포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중앙포토]

반면 최근 '권력의 포털 통제' 의혹의 중심에 선 네이버·카카오는 여당의 반대로 국감 증인에서 아예 빠져 논란이다. 윤영찬 의원(더불어민주)의 카카오 관계자 소환 문자메시지, 네이버의 추미애 법무부장관 검색결과 오류 등을 계기로 뉴스 유통망에 정치 권력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진 상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를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은 증인 신청 명단에까지 올랐으나 최종 의결안에서 제외됐다.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3일 "민주당이 네이버·카카오 총수의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며 "포털 '방탄 국감'을 좌시하지 않겠다. 이해진 의장과 김범수 의장의 증인 채택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네이버·카카오 증인 채택 여부는 여야가 계속 협의 중"이라면서도 "국감장에 상대 당을 공격하기 위해 사업자를 출석시키는 것 자체가 낡은 방식이다. 기업인들을 불러 놓고 실효성 있는 정책 질의가 나온 적이 없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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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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