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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결국 앱 수수료30% 강행...소비자는 월6250원 더 낼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글 앱 마켓 수수료 30% 전 세계 적용’이 공식화됐다. 독과점·인상 논란 속에 침묵을 지켜왔던 구글이 28일(현지시간) 안드로이드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플레이 스토어에서 인앱 구매를 제공하는 모든 디지털 재화는 구글플레이 결제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며 인앱결제(IAP) 의무화를 발표했다.

그간 구글은 게임 앱에만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해 고객 결제금액의 30%를 수수료로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정책으로 동영상·음악·웹툰·오디오북·전자책 등 대부분의 콘텐트·서비스도 대상이 됐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일괄 적용이다. 내년 1월 20일 이후 나오는 신규 앱은 인앱결제를 적용해 출시해야 하며, 기존 앱은 내년 9월 말까지 이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 구글은 "구글·개발자의 동반 성장과 지속적인 플랫폼 투자를 위한 조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구글은 앱마켓 수수료가 앱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구글은 앱마켓 수수료가 앱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코리아

구글은 29일 한국 언론을 상대로 긴급 브리핑도 열었다. 구글이 앱마켓의 63.4%를 점유해 독점 논란이 거센 한국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앱 비지니스 총괄은 "구글의 범용 결제시스템을 통해 네이버·카카오가 일본 등 해외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고, 사용자도 믿을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사용한다"며 "수수료는 플랫폼 생태계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시스템 운영과 개발자 도구 지원 등에 재투자된다"고 설명했다.

상생방안도 내놨다. 코치카 총괄은 이날 구글이 한국 디지털 콘텐트 생태계 발전을 위해 1150억원 규모 'K-reate(크리에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용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한국 콘텐트 개발자 교육과 마케팅, 글로벌 진출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

반(反) 구글 연대 힘 얻나

구글의 수수료 30% 공식 발표로, 반대 움직임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7월 구글의 수수료 인상 검토 소식이 전해진 후 IT 산업계뿐 아니라 학계·정치권에서도 "구글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변경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소 앱 개발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를 조사해달라며 집단으로 신고했고, 일부는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네이버·카카오가 속한 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위법이 아닌지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당국도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조승래(더불어민주)·박성중(국민의힘) 의원 등이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휴 직후인 7일 열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낸시 메이블 워커 구글코리아 대표와 국내 토종 앱마켓인 원스토어 이재환 대표, 집단 소송을 준비하는 정종채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출석 요청했다.

구글 ‘앱 수수료 30%’ 저격 발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구글 ‘앱 수수료 30%’ 저격 발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9일 기자가 “한국 정부가 인앱결제 정책을 국내법 위반으로 판단하면 정책을 철회할 것인가” 묻자 코치카 구글 총괄은 “구글은 모든 국가의 규제를 준수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사업자는 해외의 본사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라는 이유로 국내법을 피해왔다"며 "실효성 있는 제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앱 가격 인상 불가피

이는 소비자 요금 인상으로 직결될 전망이다. 김정환 부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업자의 수익 타격은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될 것"이라며 "높아진 수수료가 이용자에 전가될 가능성이 100%"라고 했다. 현재 음악·웹툰·전자책 앱의 요금은 안드로이드폰보다 아이폰에서 30%가량 높게 책정돼 있다. 애플 앱스토어의 수수료 정책이 반영된 가격이다. 내년부터 구글 정책이 적용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요금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은 월 1만450원에서 1만4000원으로, 멜론(스트리밍 플러스)은 월 1만900원에서 1만5000원, 네이버웹툰을 이용할 수 있는 쿠키100개 가격은 1만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정윤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는 모바일 콘텐트 앱에 월평균 2만 830원을 쓴다. 인앱결제로 오른 수수료 30%가 가격에 반영되면 소비자는 월 6250원가량을 더 부담해야 한다.

앱 마켓별 주요 콘텐트 구독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앱 마켓별 주요 콘텐트 구독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에 대해 구글 측은 "새 정책의 영향을 받는 앱은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한국 전체 앱의 1%에 불과하다"며 "사용자에게도 사기 피해방지나 환불 지원 같은 긍정적 혜택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구글이 한국 지원책을 고민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인앱결제 강제로 개발사와 소비자가 피해를 떠안는 결과는 여전하다"며 "규제 당국은 앱마켓 시장을 구글·애플이 독과점한 것을 명확히 하고, 세심한 입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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