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경로당 출입도 막히고…‘노인 우울증’ 위험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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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더위 쉼터와 경로당 등이 폐쇄되며 노인들의 휴식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 남동구 중앙공원의 폐쇄된 쉼터 옆 그늘 아래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무더위 쉼터와 경로당 등이 폐쇄되며 노인들의 휴식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 남동구 중앙공원의 폐쇄된 쉼터 옆 그늘 아래에서 노인들이 바둑을 두며 더위를 피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노인집단의 우울증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인 1인 가구가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노인들이 즐길 여가 활동 기회 마저 줄어들면서 사회적 고립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 자료, 통계청 통계 등을 분석한 결과, 노인집단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높은 치사율뿐만 아니라 심리적 건강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노인의 날인 2일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9월 현재 전국의 노인복지관 394개소 중 10개소만 운영 중이고 나머지 97.5%는 휴관 중이다. 경로당도 6만7000여개소 중 76.5% 가 휴관 중이다.

젊은 세대는 직장으로의 출퇴근, 소셜미디어(SNS) 사용 등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타인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노인들의 경우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 집합 여가 활동과 종교 활동 등이 금지되면서 사회적 고립이 깊어져 우울증과 치매 증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 증세)에 대한 조사에서 전체 평균은 17점인데 비해, 60대 남성이 20.6점, 70대 여성이 19.6 점으로 가장 높은 우울증 의심증세를 보였다는 서울 강동구청의 조사 결과도 있다.

또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우려로 노인들이 요양보호사의 방문을 꺼리거나 요양보호사가 돌봄 일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어 노인 돌봄의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서울시 어르신 돌봄 종사자 종합지원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일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26%에 달했다. 일을 중단한 사유로는 이용자 또는 가족의 요청’이 74%로 가장 높았다.

아울러 정 의원은 “가구주 연령이 65세 이상인 고령자의 1인 가구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상황 또한 노인이 코로나로 인한 고립감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9년 고령자 가구는 438만8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1.8%를 차지했다. 이중 약 34%(150만 가구)가 1인 가구로 파악됐다.

정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노인집단은 확진 시 높은 치명률로 위험에 노출돼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관심을 갖고 고립과 학대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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