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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1150원선 붕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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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2000년 11월 17일 이후 35개월 만에 원화 환율이 달러당 1천1백50원 아래로 떨어졌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초반부터 하락세로 출발해 달러당 1천1백47.5원까지 내려가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외환당국의 강한 시장개입으로 공방을 벌이다 전일보다 1.2원 내린 1천1백49.9원으로 마감했다. 원화 환율이 1천1백5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0년 11월 17일(1천1백41.8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엔화 환율도 달러당 1백9엔대로 떨어졌다.

국내 증시도 종합주가지수가 4.33포인트 내린 722.76으로 마감하며 6일 만에 약세로 돌아섰고, 국고채 금리는 연 4.12%로 0.04%포인트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원화 환율 왜 떨어지나=엔화 환율 하락이 원화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전날 도이센베르흐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달러 약세를 피할 수 없다"고 말한 데다 이날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금융상이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엔화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엔화 환율은 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1.06엔 하락한 1백9.93엔으로 마감, 3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며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백10엔선이 무너졌다.

이 영향으로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화 환율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지면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 하락을 막으려는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효과를 약하게 만들었다. 선물환시장에서도 달러를 파는 세력이 많았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일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아시아 통화가치를 끌어올리는 도미노 효과를 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어디까지 떨어지나=시장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이 달러 공급 요인이 압도적인 반면 수요가 없어 하락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 '마지노선'처럼 여겨졌던 달러당 1천1백50원대가 무너짐에 따라 당분간 원화 환율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종수 외환은행 시장영업부 팀장은 "1천1백40원대를 지지선으로 다시 한번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연말까지 전반적인 하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미국이 대통령 선거를 맞아 재정 적자를 회복하기 위해 달러 약세를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원-달러 환율은 내년 중 1천1백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환율 하락(원화가치 강세)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영균 한은 국제국장은 "환율 하락이 계속될 경우 무역수지 등에도 타격이 예상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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