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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세포 자살 늦어져 노화·암

중앙일보

입력

60세 이상 고령자는 40세 이하에 비해 암 발생률이 40~50배나 증가한다. 이처럼 노인에게 암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에서 발행되는 권위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처는 신년 첫호에서 병든 세포의 자살 지연이 노화와 암의 원인이라는 새 이론을 실험을 통해 입증한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박상철.서유신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실었다.

세포 자살이란 유전물질인 DNA가 손상된 세포가 암 세포로 변하지 않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생체를 보호하는 현상.

朴교수팀은 생후 2개월의 젊은 쥐와 26개월의 늙은 쥐에게 독성 물질을 투여해 DNA를 파괴한 뒤 젊은 쥐에게서 세포 자살 현상이 7배 정도 왕성하게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고령자에게 암이 흔한 이유는 문제 있는 세포가 자살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朴교수는 "상식과 달리 세포는 젊을수록 공해나 독성물질 등 외부의 유해 환경에 노출될 때 빨리 죽는다"며 "세포 자살을 통해 세포는 일찍 죽지만 암이 되지 않으므로 개체는 보호된다"고 말했다.

생체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입증한 것은 전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노화는 신진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유해 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킨 결과로 이해돼 왔으나 이번 논문으로 세포 자살의 지연도 노화의 중요한 원인임이 인정받게 됐다.

朴교수는 "암과 노화는 동전의 양면"이라며 "향후 세포 자살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암 예방과 노화 방지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년호 사이언스지(미국 발행) 에 한국 과학자가 참여한, 거부반응 없는 돼지의 복제와 침팬지 지놈 지도 완성이라는 두 가지 성과가 게재된 데 이어 朴교수팀의 연구가 네이처 신년호에 게재돼 한국 생명공학계가 연초부터 큰 개가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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