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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논란 여야 전략

중앙일보

입력

불과 6일 후로 다가온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놓고 정치권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나라당 심재철(沈在哲)의원이 건보 재정 분리 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에 제출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은 정치 공세 차원으로 받아들였다.

여권이 DJP 공조로 수적으로 우위일 때여서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조가 붕괴되면서 재정 분리 논란이 급류를 타기 시작해 급기야 지난 24일 야당의 상임위 단독 처리로 이어졌다.

건보 재정 통합 문제엔 '한국노총 대(對) 민주노총''직장건보 노조 대 사회보험(지역) 노조'의 뿌리 깊은 대립 구도도 깔려 있어 단순한 정책 판단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

물론 분리 법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아 아직 법적인 효력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도 예정대로 통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내 과반수에 육박하는 제1당이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정부가 마냥 모른 체하기는 어렵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25일 "거대 야당의 무책임한 힘 자랑"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복지위에서 김홍신(金洪信)의원을 강제 교체한 것을 부각시키며 '교원 정년 연장안' 때와 같은 여론의 역풍을 기대하고 있다. 본회의 표결도 자신이 있다는 태도다.

복지위 간사인 민주당 김태홍(金泰弘)의원은 "농촌 지역에서 재정 통합을 지지하고 있어 상당수 야당 의원들도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총무는 "토론은 끝났다. 분리냐 통합이냐만 남았다"며 정면돌파할 뜻을 보였다.

다만 李총무는 "자민련의 태도가 불분명한 만큼 연내 본회의 처리는 어렵겠지만 내년 초 임시국회 땐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라며 "정부가 한두달 재정 통합을 유예해도 실무선에서 감당하지 못할 혼선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소득 파악률 등 직장과 지역의 불공평성을 집중 거론해 재정 분리의 당위성을 홍보할 계획이다.

현재 양당에서 건보 재정 문제를 놓고 발언권을 행사하는 의원들(민주당 김성순.김태홍,한나라당 심재철.윤여준)이 모두 강성이어서 내년 초 표 대결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한나라당은 재정에 이어 조직도 분리하는 완전 분리를, 민주당은 조직.재정의 완전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에 절충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재정 통합 유예안'을 검토하고 있는 자민련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독자적인 중재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어 막판에 '1~2년 유예' 같은 타협안이 마련될 여지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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