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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7년 기다림, 80m 이글로 끝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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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창우가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감각적인 샷으로 기적같은 이글을 잡아냈다. [사진 KPGA]

이창우가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감각적인 샷으로 기적같은 이글을 잡아냈다. [사진 KPGA]

7년의 기다림을 80m 이글로 끝냈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극적인 우승 #4차 연장 접전 끝에 전재한 제쳐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첫 승 기쁨 #“캐디 맡아준 여자친구 고마워”

프로 7년차의 이창우(27)가 27일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4차 연장 끝에 우승했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여주 페럼 골프장. 이창우와 전재한(30)·김태훈(35)이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공동 선두(합계 3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1차 연장에서 김태훈이 탈락했고, 4차 연장에서 이창우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차 연장전이 열린 18번 홀(파5)에서 약 80m 거리의 세 번째 샷이 그린 위에 떨어진 뒤 2m를 굴러 그대로 홀로 빨려들었다. 아마추어 시절이던 2013년 동부화재 프로미 대회에서 우승한 뒤 프로데뷔 이후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던 이창우는 이날 기적 같은 연장전 이글로 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 상금은 2억원.

이창우는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1타차 단독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에 나선 이창우는 4라운드에서도 1타를 줄인데 이어 연장전에서도 차분한 플레이로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좁은 페어웨이와 길고 질긴 러프, 빠른 그린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대부분의 선수가 오버파를 기록했지만, 이창우는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나흘 내내 오버파를 기록하지 않았다. (72-71-71-71타)

이창우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골프 천재’로 불렸다. 국가대표였던 2013년 가장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허정구배 한국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프로 무대인 한국오픈에서 준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 국제 대회였던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해 9월 열린 코리안투어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아마추어 신분으로 정상에 올랐다.

캐디를 맡아 우승을 함께한 여자친구 여채현씨와 이창우. [사진 KPGA]

캐디를 맡아 우승을 함께한 여자친구 여채현씨와 이창우. [사진 KPGA]

그러나 201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의 자격으로 그해 4월 마스터스에도 출전했지만, 세계 무대의 높은 벽을 실감한 끝에 컷 탈락했다. 그 이후 이창우는 작아져만 갔다. 2016년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한 게 최고 성적이었다. 급기야 2017년과 2018년 부진의 늪을 전전하던 끝에 2018년 말엔 투어 카드까지 잃었다. 그해 말 열린 퀄리파잉토너먼트(QT)에 출전했지만, 공동 96위에 머물러 이듬해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하지 못했다. 2부 투어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성적이 나빠지면서 ‘게으른 천재’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이창우는 “2부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2부 투어로 내려간 이창우는 체력 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틈틈이 샷도 가다듬었다. 그리고 지난해 말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공동 14위에 오르면서 힘겹게 1부 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 개막이 늦어졌지만, 그는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개막 후 첫 3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마침내 7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창우는 “지난해 2부 투어 대회에서 연장전 끝에 패배한 경험이 있다. 그 대회에서 많이 배웠다. 이번엔 한 샷 한 샷 집중한 덕분에 샷 이글을 잡아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창우는 어려울 때 도움을 준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여자친구이자 전문 캐디인 여채현 씨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팽팽한 연장전 승부에서도 여자친구인 캐디의 도움을 받으면서 안정된 샷을 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전남 영암 사우스링스 영암에서 끝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팬텀 클래식에서는 안송이(30)가 마지막 날 3타를 줄인 끝에 합계 10언더파로 우승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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