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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협상 관계없이 글리벡 무상공급 계속"

중앙일보

입력

한국 정부와의 약가 협상이 결렬되자 글리벡 무상 공급이 중단되는 것처럼 언론에 보도됐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협상의 타결 여부와 관계없이 노바티스(스위스 제약사)는 현행 1백50여명의 백혈병 환자에 대한 무상 공급을 지속할 것입니다."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한 한국노바티스 프랑크 보베(43)사장은 백혈병 환자들이 근거없이 불안에 떨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인도적 목적으로 무상 공급을 시작한 4월 이후 지금까지 12억원어치의 글리벡이 공급됐다고 했다.

그러나 1백50명을 제외한 나머지 백혈병 환자에게서 가속기와 급성기 등 글리벡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책이 없는 상태다.

약가 협상의 신속한 타결이 필요한 이유다.

협상의 걸림돌은 가격 차이로 정부는 캡슐당 1만7천8백62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바티스는 캡슐당 2만5천원이란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

그는 "글리벡처럼 해외에서 개발된 신약은 미국.영국.일본 등 7개국의 평균 시판 가격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규정"이라며 "이 원칙을 적용할 경우 캡슐당 2만5천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탈리아를 제외한 5개국에서 2만5천원 수준에서 약가가 결정됐으며 일본은 3만5천원으로 책정되기까지 했다는 것.

"한국은 경제 규모로 전세계 13위며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대국입니다."

그는 한국이 이들 선진국과 같은 반열에 서서 비싼 약값을 지불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이어 신약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만큼 제약회사의 적정 이윤은 보장돼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전세계 제약회사에서 합성한 1천5백개의 신물질 중 1개만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신약으로 탄생합니다. 미국의 경우 1개의 신약에 평균 8억달러의 개발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해 환자가 피해를 본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빈곤 계층의 환자에 대해선 본인 부담금을 노바티스가 전액 제공한다는 카드를 내보였다.

현재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만 외래 환자는 30%, 입원은 20%를 본인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이것만 해도 한달에 70만~80만원에 달한다.

만성기 환자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 중 가속기와 급성기 환자에게만 건보 혜택이 부여되며 만성기 환자는 제외된다. 위중한 경우에만 혜택을 주겠다는 게 한국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나 만성기에도 글리벡의 효능이 입증된 만큼 가속기와 급성기로 병세가 악화될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글리벡을 투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2000년부터 한국노바티스에서 일해온 보베 사장은 화학박사 출신의 독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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