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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음식 다섯상 마련해온 칠곡 종손 “이번엔 음복 도시락”

중앙일보

입력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가 추석명절을 삼일 앞두고 컴퓨터를 이용해 인천에 살고 있는 작은 딸 이보배씨와 사위 김민재씨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칠곡군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가 추석명절을 삼일 앞두고 컴퓨터를 이용해 인천에 살고 있는 작은 딸 이보배씨와 사위 김민재씨에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칠곡군

“보배야, 이번 추석에는 고향에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 대신 내려오는 차비까지 두둑하게 용돈으로 보내고 꼭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내라~”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1569~1634)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68)씨는 추석 명절을 나흘 앞둔 27일 컴퓨터를 이용해 화상대화를 하며 딸에게 안부를 전했다.

석담 이윤우 선생 16대 종손 이병구씨 #친척들에 연락해 추석 방문 자제 요청 #차례후 남은 음식 도시락 만들어 전해

 그는 인천에 살고 있는 작은 딸 보배(37)씨와 사위 김민재(35)씨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추석에 내려오지 말 것을 당부하며 칠곡군의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동참했다.

 외손녀 김태은(5)양은 “외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나쁜 악당인 코로나가 물러나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요”라고 화답했다.

 이씨는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아들과 큰 딸에게도 연락해 추석연휴 고향 방문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종갓집에서 함께 차례를 지내는 50여 명의 종친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추석 당일 방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씨는 평소 명절이면 객지에 있는 자녀들과 함께 사당에 모신 10분의 조상을 위해 다섯 상의 차례 음식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자녀들이 고향을 찾지 못하는 바람에 이씨 부부가 종갓집의 추석 차례상을 준비해야 할 처지다. 이씨는 추석 당일 종가를 찾는 종친들을 위해서는 음복(飮福)을 도시락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음복은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눠먹는 일을 말한다.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는 지난 25일 지낸 석담 이윤우 불천위 제사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도시락을 나누어 주어 종친들은 각자의 집에서 음복했다. 이씨가 나눠준 음복 도시락. 칠곡군

석담(石潭) 이윤우(李潤雨) 선생의 16대 종손인 이병구씨는 지난 25일 지낸 석담 이윤우 불천위 제사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도시락을 나누어 주어 종친들은 각자의 집에서 음복했다. 이씨가 나눠준 음복 도시락. 칠곡군

 추석 차례에 앞서 지난 25일 지낸 석담 이윤우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제사에서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도시락을 나눠줘 종친들은 각자의 집에서 음복했다.

 이씨는 “이번 추석이 코로나19의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다소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시대에도 역병이 돌면 비록 명절이라도 가족이 모이지 않았다. 조상님들도 이번 상황만큼은 이해해 주실 것”이라며 “언택트 추석 캠페인에 모든 국민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칠곡군의 언택트 추석 캠페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 비대면 추석 문화 확산을 위해 백선기 칠곡군수가 기획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고향 방문과 모임을 자제하자는 내용이 담긴 글을 남기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챌린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칠곡=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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