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상태 사후 체험 의학적 규명 논란

중앙일보

입력

가사(假死)상태에서도 의식이 남아 사후(死後)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놓고 의학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8일자에서 지난주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된 논문을 인용, 의학적으로 사망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뒤 혼수 상태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이 연구에 따르면 연구 대상 환자들의 약 18%가 자신들이 의학적으로 사망해있던 기간의 일을 일부 기억하고 있었으며 8-12%는 터널과 그 끝 으로 빛을 보았거나 죽은 가족이나 친구를 만났다는 `사후 체험'을 겪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보다 생생한 증언을 얻기위해 과거 사후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대신 심장이 정지해 의학적으로 사망했다가 소생한 환자 수백명을 소생 직후부터 추적 조사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사후 체험'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과학자들은 `인간 의식의 본질'에 대한 이론들을 재검토해야한다고 입장을 보였다.

대부분의 신경학자들은 의식은 물질인 뇌의 부산물로 `정신은 물질에서 생겨난다'고 보고있다. `사후 체험'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뇌가 활동을 정지, 신체적으로 무의식적인 상태에서도 인간은 사물을 의식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와 관련, 이 연구를 주도한 네덜란드 리진스타트 병원의 심장전문의 핌 반 롬멜 박사는 TV 수상기를 예로 들며 "TV 수상기를 껐을 때도 프로그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나 우리는 단지 볼 수 없을 뿐"이라고 전제하고 "뇌가 작동을 멈추더라도
의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나 우리 신체에서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회의론자들은 이 연구 결과가 사후세계가 있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골드스미스대학의 크리스토퍼 프렌치 교수는 `사후 체험'을 겪었다는 사람들 일부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인터뷰했을 때 자신의 말을 부인하거나 체험이 없었다는 사람도 나중에 사후세계를 경험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들어 "잘못
된 기억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회의적 입장의 학자들은 뇌가 가사상태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감각은 청각이며 환자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일부를 듣고 이를 잠재의식 속에서 시각적인 것으로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후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은 소생한 다음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고 보다 관대해졌으며 사랑을 베풀게됐다고 말한 것으로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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