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탄생된 인간복제 배아… 뜨거운 찬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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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인간 배아(胚芽) 복제의 성공 소식은 과학계와 윤리학계.종교계의 탄식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기술적으로 인간 배아 복제의 성공은 1997년 영국에서의 복제양 돌리 탄생 이후 이론적으로나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인간 복제의 단초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마리아병원 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비록 6개 세포단계까지 분열시키는 데 그쳤지만 배아 분열을 지속시키는 기술마저 개발된다면 줄기세포는 물론 특정인과 육체적으로 동일한 개체 복제까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아 복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원하는 장기(臟器)를 무한정 얻을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줄기세포란 배아가 세포분열을 시작해 간이나 심장 등 구체적인 장기를 형성하기 직전 단계의 세포.

지금까지 줄기세포는 ▶폐기처분될 냉동 수정란을 녹여 얻는 방법(마리아병원 박세필 박사 등)▶사람의 체세포에 동물의 난자를 융합시켜 얻는 방법(서울대 황우석 교수 등)▶탯줄 등 성체(成體) 줄기세포를 이용해 얻는 방법(가톨릭의대 한훈 교수 등)같은 다양한 방법이 시도됐다.

그러나 냉동 수정란 방식의 경우 환자의 유전자와 일치하지 않아 거부반응이 생기며, 성체 줄기세포를 이용한 방법은 기술적 난관이 많아 가까운 시일내에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미국 ACT사의 인간 배아 복제는 사람의 체세포에 사람의 난자를 융합시켰다는 점에서 가장 완전한 형태의 인간 복제로 평가받고 있다.개인의 혈액이나 살점에서 체세포를 떼어내 자신과 유전자가 동일한 개체까지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이 경우 이식시 거부반응이 없는 완벽한 장기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배아가 치료 목적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자궁에 착상될 경우 말 그대로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

가톨릭의과대학연구원 줄기세포 연구실 오일환 교수는 "치료목적이라고 해도 인간복제 기술과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인간 개체를 복제할 수 있다"며 "'인간 돌리'가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낼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고 경고했다.

이번 인간배아 복제는 과학적 성과보다 윤리적 파장이 더 클 전망이다.난치병 환자의 치료를 위해 연구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배아를 인위적으로 파괴한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이창영 신부는 "생명에는 필요없는 생명과 필요한 생명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생명을 구하기 위해 또다른 생명을 파괴하는 과학계의 인간 배아 복제 연구는 우리에게 가치있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현재 교황청은 성체 줄기세포에 대해서는 연구를 장려하지만 인간 배아 복제는 치료용이라고 하더라도 이유를 불문하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하원에서 인간 배아 복제를 금지하는 법안을 채택했고 부시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연구기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상원에선 이에 대한 규제법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며 ACT사처럼 민간기업이 자체적으로 연구하는 것에 대해선 법적 제재가 없는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에 인간 배아 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한재각 간사는 "폐기된 잉여 배아나 성체 줄기세포 등 윤리적인 문제를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인간복제로 이어질 배아 복제를 한다는 것은 반인륜적 행위"라며 "내년 3월 국회에 상정될 생명윤리기본법 시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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