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치료제 생산 중단…중증환자 방치

중앙일보

입력

국내 중증 결핵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투여되는 치료제가 제조회사의 부도로 생산이 중단된 지 한달이 넘었으나 보건당국이 대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결핵 치료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결핵연구원과 서울대병원 등에 따르면 초기 결핵 치료에 실패한 중증 환자들이 복용하는 필수 항생제 '파스'가 제조사 H제약의 부도 때문에 지난달 22일부터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파스는 총 10만여명의 국내 결핵환자 중 1만여명에 이르는 만성 중증환자 대부분이 사용해온 가장 강한 항결핵제로 이를 중단할 경우 내성 때문에 대체할 약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결핵연구원 유우진(柳宇津.43) 역학부장은 "파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의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내성이 강한 결핵균이 퍼져 전염병 관리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결핵 전문병원인 서울시립 서대문병원 관계자는 "사실상 대체 약품이 없는 파스가 떨어져 환자들에게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국회에서 제기한 한나라당 김홍신(金洪信)의원은 "일부 환자들이 불안한 나머지 해외로 약을 사러 나가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자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파스는 결핵치료에 매우 중요한 약"이라며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서대문병원도 지난달 17일 "필수 항결핵제 파스의 생산.공급이 중단돼 치료실패 사례 발생이 예상된다"는 우려를 담은 공문을 국립보건원에 보냈다.

이에 따라 식의약청은 이 약품을 생산할 다른 제약회사를 찾고 있으나 생산원가와 보험수가 차이 때문에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생산허가를 갖고 있는 D제약과 S제약은 "생산 수지를 맞추려면 보험수가가 g당 1백원이 넘어야 하는데 보험수가는 30원에 불과하다"며 "약품가격 문제가 타결돼도 생산까지는 최소 한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약값을 올려서라도 약품을 생산할 업체를 찾겠다"고 밝혔다.

결핵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염병 중 새로운 환자 발생이 가장 많은(연 8만명) 질환으로 사망자만 연간 3천명에 달해 OECD국가 중 최고다. 사망자가 이처럼 많은 것은 20대의 발생률이 제일 높지만 초기 치료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